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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병은 유전性 뇌이상때문-일상생활속 빈번 증상과 치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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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3면

『자동차문이나 대문을 잠근후 돌아서면 안잠근 것같아 또 확인해 보기를 수도 없이 해요.안그래야 된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행동이 마음대로 안돼요.』 이같은 증상으로 인해 외출할 때마다때맞춰 나간 적이 없다는 P양(26)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정신질환인 강박증 환자의 대표적인 예다.
강박증은 인정이 없고 질서.규칙.정확성.완벽성.세밀성 등에 집착하는 강박성 인격을 가진 사람중에서 발생하는데 강박적(반복적) 사고와 이에따른 반응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환자 가족중에 강박증 환자가 많은 점등으로 미루어 유전 적 요인이 높은 병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도박.음주.성행위.음식섭취 등을 강박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때는 자신의 행위가 본인에게 쾌감을 준다는 점에서강박증은 아니다.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P양과 같은 병적인 의심과 확인,외출에서 돌아온 후 더러운 것이 손에 묻었다는 생각 때문에 내내손씻기,인도를 걸을 때 보도블록 연결틈 피해가기,자신의 신체 한 부분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끝없이 물어보는 것 등 다양하다.
이같은 강박증으로 인해 학교나 회사에 지각하는 횟수가 많고 불쾌하거나 끔찍하고 상스러운 생각이 계속 떠올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곤란한 경우도 적지 않다.우주.신.인생등 결론이 날 성질의 것이 아닌 형이상학적.종교적 의문을 끊임없이 반복하기도 하고 공부할 때 다리를 꼬는 것이 좋은지 벌리는 것이 좋은지 등 의미없는 생각을 반복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정상적 학업을못하는 학생도 있다.
60년대만 해도 드문 질환으로 취급됐으나 최근 평생유병률이 2.5%정도로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질병이 되었다.
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권준수(權俊壽)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는 자신이 성격상 문제는 있지만 병은 아니라고 생각해병원에 안가고,증상이 심한 환자는 자신의 강박증이 병이라는 것은 알면서도 병원에 안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실제 환자수는병원에 오는 환자의 10배이상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에는 성장과정중 항문기(18개월~2세)에 부모가 대소변 가리기를 지나치게 심하게 시키는 등 심리적 요인을 병의 원인으로생각했으나 최근에는 정신생물학의 발달과 양전자 단층촬영(PET)같은 진단기술의 발달로 기질적 이상(뇌의 신경 해부학적인 회로 이상등)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치료를 안받는 경우 증상이 낫지 않고 계속 되는 경우가 80%,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20%정도로 병의 자연경과는 안좋은 편.따라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정신분석학적인 치료만 해 효과가 좋지 않았으나 최근정신생물학적인 원인규명으로 정신치료.행동요법과 함께 약물치료를같이 함으로써 대부분의 환자가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치료기간은 1~2년 정도.치료받는 환자나 보호자가 주 의해야 할 점은2~3개월 약을 복용하면 증상이 좋아지는데 이때 치료를 중단하면 곧 재발한다는 점이다.
權교수는 『증상때문에 일하기 곤란한 환자도 현실생활에서 주어진 일들을 계속하면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외국에서는 약으로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 환자는 뇌의 이상부위를 찾아 수술하기도 한다.
權교수는 『강박증으로 인해 가정 생활이나 학교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면 성격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뇌의 이상에서 오는 질환의 하나로 인식해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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