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동 ‘사인 박물관’ 3000여점 빼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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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산동구 일산동의 한 상가건물 지하. 유명 인사들의 사인(Sign) 3000여점을 빼곡히 모아놓은 ‘사인 박물관’이 있다. 옛 생활용품을 모아 용인에 생활사 박물관을 만들기도 한 채창운(61)씨가 5년 간 모은 사인을 전시한 곳이다. 수년 째 수집이 취미이자 삶인 채씨. 5년 전 고물상에서 가져온 책 사이에서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명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인이 된 문서를 발견하면서 그의 사인 수집 인생이 시작됐다.
  박물관에는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과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수많은 인기인들의 사인이 가득하다. 대부분이 채씨가 직접 이들을 만나 받은 것들. 유명인들의 사인을 모으기가 수월했을 리 없다. “하인스 워드(미식축구 선수)의 사인을 받기 위해 닷새를 숙소로 출퇴근 했죠. 마리아 사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테니스 선수)가 내한 했을 땐 인천공항에서 8시간을 버텼습니다.”
  수영스타 박태환 선수의 무명시절 사인과 거스 히딩크 감독이 연인과 함께 한 사인도 눈에 띈다. 이효리 등 인기가수의 사인을 얻기 위해선 10대 팬들과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켠엔 신문에 소개된 일반인들의 사인이 기사와 함께 걸려있다.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 못하는 일반인들의 사인을 남기는 것 자체가 소중한 역사”라 말하는 채씨. 매일 신문의 사람면을 살피고 사인을 받는 것은 중요한 일과가 됐다.
  박물관은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늘 문을 연다. 늦은 시간이라도 인근에 사는 채씨에게 연락이 닿으면 문을 열어준다. 지키는 사람도 없다. 입구에 만들어 놓은 함에 어른은 1000원, 청소년은 500원을 자유롭게 넣게 했다. 직접 불을 켜고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 당황하지 말 것. 문의 050-2323-4141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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