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저린 반성한다던 MB, 말·행동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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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단은 미사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가 들끓는 국민의 여론을 제압하기 위해 몽둥이와 방패로 시민들을 패고 내려찍으며 무참히 폭력을 행사했다”며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제단은 경찰의 시위 장소 원천봉쇄와 시위 주최 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 체포나 압수수색 등에 대해서도 ‘진실을 어둠에 가두려는’ 행위로 규정했다. 다음은 성명 요지.

“깊이 새겨야 할 천심을 폭력으로 억누르는 정부의 교만한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미국에 충성하려 드는 맹목적 사대주의도 딱한 일이거니와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재앙은 돈을 위해 정신의 가치를 값싸게 여기는 정부의 경박한 물신 숭배에서 비롯됐다. 졸속협상에 정부의 주장대로 복종하는 것이 한·미 FTA 체결에 유리하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는 양극화를 극단으로 몰고 갈 것이다.”

30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비상시국회의 및 미사를 주최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입장하고 있다. 이날 사제단은 “미국산 쇠고기 관련 고시를 철회하고 전면 재협상하라” 고 주장했다. [사진=안성식 기자]

이에 앞서 사제단 총무인 김인국 신부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신부는 “대통령이 촛불을 끄고 경제나 살리자고 하는데 그런 말 때문에 국민들이 촛불을 다시 집어든다”며 “잘못은 대통령이 해놓고 입바른 소리 한다고 시민을 방패로 찍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교회 일각에선 ‘사제들까지 나서면 시국이 더 혼란스럽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신부는 “걱정해서 하는 말씀으로 알아듣겠다”고 넘겼다.

사제단은 전북 부안 방폐장 유치와 평택 미군 기지 이전에 대한 반대 운동 등을 이끌어 ‘정치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천주교 평신도 모임 회원 20여 명이 성명을 발표하고 “정의구현사제단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경부고속철도 공사 반대운동 등을 주도하면서 좌파이념을 전파해 왔다”고 비판했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에 대해 한국천주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글=장주영·박유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민주화와 인권회복, 사회정의실천 등을 목표로 천주교 사제들이 결성한 진보 성향의 단체. 1974년 7월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 무효’라는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체포된 뒤 젊은 사제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됐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축소·조작 사실을 폭로해 유명해졌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운동,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운동 등에 적극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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