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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자존심 끌어올리기-상 타는 법 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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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 그리기 대회를 중심으로 본 부가점 받기

지난 칼럼에서 소개해드린 '상받기 초석 다지기'에 이어 그리기 대회를 중심으로 '부가점 받는 방법'을 안내해드리려고 해요. 선생님들은 수상하게 될 작품을 뽑을 때 심사 기준에 따라 작품을 선정하기도 하지만 이 아이에게 상을 주어야겠다라는 취지로 수상자를 결정하기도 해요. 그림 속에 다른 아이들에게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 특별한 시각이 느껴지는 감각적인 그림을 그렸다거나 그림에 대한 열정과 노력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 아이에게는 어떻게든 상을 주려고 하죠. 오늘은 그 이야기예요.

① 내 그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라

굳이 미술교육론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가정에서 그림 지도 시 다음 세 가지를 지도해주시면 좋아요. 미술학원에 보내지 않고도 쉽게 알려주실 수 있는 1.중첩 2.원근감 3.색칠법이예요. 그 세 가지만 확실하게 표현해도 내 아이의 그림이 특별해진답니다. 특별해진 만큼 선생님 눈에도 들어오게 되지요. 배우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시각도 넓어지게 되구요.

○ 중첩: 앞에 있는 사물 때문에 뒤에 있는 사물의 일부가 가려지는 것
○ 원근감: 가까이 있는 사물이 먼 사물보다 크게 보이는 것
○ 색칠법: 모든 나무의 색이 비슷하게 보일 뿐 서로 같지 않다는 것

지금부터 자녀와 나란히 앉아 특별한 그림 그리는 법 3가지를 전수해 주세요.

0단계=나무 두 그루와 풀과 구름 두 개와 두 세 사람을 그린 후 색칠을 해보라고 하세요. 진단하는 과정이에요. 내 아이가 중첩과 원근감과 색칠을 어느 정도 하는지 알아보는 거죠. 교육 전과 후를 비교하기 위해 하는 활동이므로 완성도가 낮을수록 좋으니 편히 하도록 지켜봐주기만 하세요. 그 사이 부모님은 산책 준비를 하시면 되요. 그림 그리러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는 소풍을 가야 하거든요.

신발 신을 일만 남았을 무렵엔 자녀의 그림은 다 완성되었을 거예요. 아주 잘 그렸다고 말씀하신 후 조금 더 멋진 그림을 그리기 위해 같이 산책을 가자고 하세요. 어두우면 잘 안보이므로 너무 늦지 않아야겠죠?

1단계= 중첩의 소재는 나무로 하세요. 동그라미와 긴 직사각형만 가지고 나무를 표현한다면 미술을 두려워하는 아이들도 쉽게 따라 할 거예요. 나무 한 그루를 그린 후 그 나무에 가려져 조금밖에 보이지 않는 나무를 표현하는 건데 이건 아이와 함께 밖에 나가서 대로변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을 직접 보며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간단하게 그리는 것인 만큼 아버지가 직접 그려주시면서 설명까지 해주신다면 멋져 보이겠죠? 그려보세요. 아이가 절대 잊지 않고 앞으로 써먹을 거예요.

2단계= 원근감의 소재는 풀과 사람으로 하세요. 앞에 있는 사람은 크게, 멀리 있는 사람은 작게 표현해 보도록 하면 아이는 원근감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거예요. 동산에 올라가면 동네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작게 보인다는 것을 아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한 후 간단하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세요. 그리고 산에 내려오고 나서는 지금 내가 서 있는 곳과 가까이 있는 나무와 먼 나무가 크기가 서로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아이와 이야기도 해보시구요. 그래서 그림도 그렇게 그릴 수 있다면 더 사실처럼 보일거라고 귀뜸도 해주세요.

3단계= 색칠의 소재는 구름으로 하세요. 가까이 있는 구름, 멀리 있는 구름, 나란히 있는 구름도 모두 색이 다르다는 것을 색칠을 하며 이해하게 해주고 같은 사물이라도 아주 조금씩은 다른 색을 가지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세요. 아이와 함께 사물을 단색으로 표현했을 때의 느낌과 조금씩 다른 색으로 표현했을 때의 느낌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색을 섞어서 칠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섬세한 표현이 가능해지니까 많이 연습시키세요. 나무줄기를 갈색으로만 칠하는 아이와 고동색과 빨간색, 갈색, 검정색을 섞어서 칠하는 아이 중 누구의 작품이 더 특별해 보이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 주세요. 미술관을 다니며 아이에게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라고 해야 하는 점들이 바로 이것이죠. '멋진 작품에서는 색을 섞어서 사용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죠.

4단계= 집으로 돌아온 후엔 시간이 많이 지나기 전에 다시 종이 한 장을 주세요. 그리고 나무 두 그루와 풀과 구름 두 개와 두 세 사람을 그린 후 색칠을 해보라고 하세요. 아이가 고민하고 있다면, 결과가 0단계보다 발전했다면 많이 칭찬해주세요. 사물을 보는 눈이 커지고 있는 거니까요. 나무를 색칠하기 전 색을 고르고 있다면 갈색으로 색을 칠한 후 5가지 정도의 비슷한 계통의 크레파스를 옆에 두고 이 색도 넣어서 색칠하라고 해주셔도 좋아요. 그리고 난 후 0단계 그림과 4단계 그림을 나란히 둔 후 자기 평가를 하게 하세요. 어떤 그림이 어디가 더 특별한지 자녀와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5단계= 이 일이 있은 후엔 당분간만이라도 주의를 기울이세요. 아이가 미술수업이 든 날 크레파스와 수채화 도구를 준비물로 가지고 간다면 아침엔 이렇게 말해주세요.
" 우리 함께 했던 거 오늘 해볼거야?"
라구요. 자신감을 갖고 등교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무조건 잘 그려보라는 말만 하지 마시고 어떻게 하면 잘 그릴 수 있는지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그렇다고 너무 욕심도 내지는 마시고요. 딱 이정도만 지도해주셔도 내 아이의 그림이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답니다.

① 원근감과 중첩, 색변화가 없는 작품
② 중첩은 있으나 나무의 색변화가 없는 작품
③ 원근감이 나타났고 나무가 중첩이 되었으며 나무마다 색이 다른 작품 (왼쪽부터)


②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라

그리기 대회나 글짓기 대회 등 각종 대회 시 교사가 유심히 관찰하는 것 중 한 가지가 아이의 '성실한 노력'이에요. 교사는 그림이나 글짓기에 실력이 있다고 우쭐대는 아이 보다는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한 아이에게는 상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 하죠. 성실히 노력하는 모습은 부가점이 될 수 있고 그 것을 '추가 포인트'점수라고 한다면 포인트를 얻는 방법은 간단해요.
한 예로 저희 반 석현이라는 아이가 '환경 사랑 그리기'대회가 있기 며칠 전에 자신이 그릴 그림의 밑그림 구상해서 가지고 와서 제게 ‘이런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데 제가 바꾸었으면 하는 부분을 표시해 주세요.’라고 물으며 조언을 부탁하더군요.

석현이가 그려온 밑그림과 완성된 작품


대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여 아이와 함께 주제와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부족한 부분을 수정해보았어요. 그랬더니 다음날 아침 좀 더 나아진 내용의 밑그림을 가져와 검사를 맡는 거예요. 준비물조차 챙기기 귀찮아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시키지도 않았는데 밑그림을 두 번에 걸쳐 검사를 맡은 아이가 얼마나 대견하게 보이겠어요. 게다가 이 아이가 그림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고민을 많이 하고 노력을 많이 했기에 주제 표현력은 다른 아이들 보다 훨씬 좋지 않겠어요? 학교 대회는 무조건 실력이 뛰어난 전문가인 아이들을 수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노력하는 모습은 최고의 '포인트 점수'가 되는 거죠.

③ 도화지의 앞면에는 그림을, 뒷면에는 설명을 써라

그림을 그리는 기능적인 면은 타고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나 미술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따라갈 수 없죠. 아이들은 이런 이유로 자신이 상을 타지 못한다고 우울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땐

'미술학원 냄새가 나는 그림은 창의성이 없어 보여 선생님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러니 그림을 못 그린다고 걱정하거나 포기할 필요가 없단다. 대신 자신이 그리고자하는 그림이 표현이 잘 되지 않았을 때는 도화지 뒷면에 그림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써보렴.' 이라고 말해주세요.

일부 학교는 그림을 완성한 후 그림의 제목과 그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함께 쓰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아이들이 너무 잘 그리는 데만 신경 쓰다가 정작 더 중요한 주제를 표현하는 것을 망각할 때가 있기 때문이에요.

교사들은 대부분 모든 아이들에게 상을 골고루 나누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론 상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아이를 골라서 그 아이가 조금이라도 열심히 하거나 노력한 흔적이 보이면 상을 주는 경우도 많아요. 특히 실력 차이가 크지 않은 저학년의 경우는 더욱 더 이러한 부가점이 많고요.

지금 당장 아이가 다니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연간 학사일정 운영 계획에서 다음 교내대회가 언제 열리는지 찾아보세요. 그리고 바로 실천해보세요. 관심을 갖고 아이와 함께 대회를 준비하다보면 어느새 여러분의 자녀는 학교 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능동적인 학생으로 바뀌기 시작할 거예요.

이번 칼럼에서는 학교에서 개최되는 각종 대회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그림 그리기대회를 중심으로 '상 타는 방법'에 대해서 안내해드렸어요. 그림 그리기 대회와 더불어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글쓰기 대회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독서와 독서록 작성 시 글짓기 지도'로 묶어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내 아이 자존심 끌어올리기-상 타는 법 ①

김범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