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대출 받을 때 보증인 없어도 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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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일부터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연대 보증인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 은행연합회는 다른 사람이 빌린 돈을 갚기 위해 고통을 받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연대 보증 제도를 폐지한다고 30일 밝혔다. 대상은 가계 대출을 받는 개인 고객이다.

연대 보증 제도는 채무자가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이를 대신 상환할 사람을 미리 보증인으로 정해두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보증을 선 사람들이 상환 부담을 지게 되면서 가정 파탄이 나는 등 사회 문제가 됐다. 은행권에선 연대 보증의 폐해를 막기 위해 1999년부터 은행에 따라 한도를 건당 1000만~2000만원으로 줄였고, 2003년엔 한 사람이 선 보증액이 5000만~600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은행연합회는 하반기엔 기업 대출(개인 사업자 포함)에 대한 연대 보증을 폐지하는 방안도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이미 보증인을 세우고 대출을 받은 경우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다. 기존 대출은 채무자가 빚을 갚을 때까지 연대 보증이 그대로 유지된다. 은행에서 연대 보증을 선 사람은 올 5월 말 기준으로 60만 명이며, 전체 보증 규모는 6조7000억원이다.

은행연합회 여신외환팀 장덕생 부장은 “기존 대출의 연대 보증을 폐지할 경우 신용도가 떨어진 고객으로부터 대출을 거둬들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기존 대출 부분은 만기 때 돈을 갚으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 보증이 그대로 남는 개인 대출도 일부 있다. 대출을 받은 고객이 만기 때 돈을 갚지 못해 금리를 높이는 등 조건을 바꿔 만기 연장 등을 받을 때는 연대 보증인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장 부장은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사채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담보가 없는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나 이주비 대출, 외국인 대상 대출에도 연대 보증 제도가 유지된다. 국민주택기금 대출,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등 현행 법률상 보증인을 세우도록 규정된 대출을 받을 때도 연대 보증인을 세워야 한다.

이에 대해 연합회 측은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등 정책자금 대출의 연대 보증이 없어지려면 정부가 하루속히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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