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게임' TV드라마化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헬멧모양의 장치를 머리에 쓰고 의자에 앉아 조종간을 잡는다.
헬멧안에 장착된 모니터에는 「마리오」등 전자오락속의 주인공으로변신한 자신이 나타난다.「마리오」는 공중을 떠다니면서 적들을 물리치고 친구를 만나 적의 진지로 함께 쳐들어간 다.게임이 끝나면 헬멧을 벗고 현실의 「나」로 돌아온다.
최근 국내에도 롯데월드등에 본격 체험장이 생긴 이같은 가상현실 게임이 TV드라마로 첫 극화된다.
KBS가 올하반기 2TV를 통해 방송할 예정인 16부작 미니시리즈 『RPG』(Role Playing Game.역할게임).
현재 방송중인 미니시리즈 『파파』의 작가 오수연씨와 연출자 전기상PD가 겨울방학을 맞은 신세대 시청자를 겨냥해 다시한번 손잡고 만들 작품이다.
RPG는 원래 게임참가자들이 마스터의 지휘아래 각각 배역을 맡은뒤 이에 맞춰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놀이.탁자에 앉아 돌아가며 말잇기를 하는 게 전형적인 스타일이라 「테이블 토크 게임」이라고도 불리며 국내에 동호인모임도 결성돼 있다.
가상현실아래에서 참가자들은 배역 그 자체로 변신해 행동하게 된다. 드라마는 유괴범에게 납치돼 고아로 자라난 젊은이가 우연히 가상현실 RPG게임에 참가했다가 게임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알게되고 범인을 추적한 결과 바로 게임의 마스터가 자신의 유괴범이었음을 밝혀낸다는 미스터리식 구성.작가 오씨는 『「 M」등기존 공포극이 외부의 초자연적 존재가 인간을 괴롭힌다는 내용인것과 반대로 주인공 자신의 진짜 정체가 폭로되는 데서 공포를 안겨주는 이색 스릴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가상현실속에 배우들이들어가 벌이는 액션으로 그같은 긴박감을 높여줄 방침.배우들이 게임용 헬멧을 쓰는 즉시 화면은 전자오락의 배경으로 바뀌고 배우들의 얼굴은 캐릭터와 합성된다.
이 드라마가 방송되면 『토탈리콜』『데몰리션맨』『코드명J』등 외화와 SBS 『전격 테크노 퀴즈』등 오락물에서만 선보이던 가상현실이 본격적으로 드라마에까지 소재로 등장하는 셈.
그러나 『거미』『별』등 첨단기법을 자랑하던 드라마들이 어설픈합성장면과 함량미달의 극적구성으로 비난 받은 바 있어 『RPG』제작진은 벌써부터 고민이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