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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서 한국의 춘화집 출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프랑스에서 한국의 춘화집(春畵集)이 출판됐다.
프랑스 남부 아를르에 있는 필립 피키에 출판사가 지난해 11월말 펴낸 『한국의 춘화(Peintures rotiques de Core)』.
지난주 작품게재를 허락한 국내 춘화첩 소장가들의 손에 들어온이책은 변형 국배판 크기에 하드커버를 씌워 고급스럽게 만든 1백6쪽 분량.모두 20점의 춘화가 컬러로 실려있다.
내용은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와 혜원 신윤복(蕙園 申潤福)이 그린 것으로 전하는 춘화첩과 해방후까지 활동한 정재 최우석(鼎齋 崔禹錫)의 것등 3개 화첩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들 화첩은 국내 춘화첩 중에서도 수준높은 걸작으로 꼽혀왔다.일부는 지난해 8월 중앙일보사가 발행하는 『월간미술』의 춘화특집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이 책은 회화적 기준을 적용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성애(性愛)장면은 뺐다고 하지만 달밤의 야외정사나 기생방에서 하녀가 훔쳐보는 것도 잊은채 질탕한 놀이를 벌이는 적나라한 모습까지,실로다양한 조선시대 남녀간의 사랑행위가 담겨있다.
또 춘화도같은 그림의 유통이 가능했던 조선시대의 사회분위기를소개하는 글로 프랑스 리옹대학의 한국학과 이진명교수와 모리스 코와이오교수가 함께 기생에 대해 쓴 논문이 곁들여있다.
서구사회에 한국의 성풍속도를 최초로 소개한 필립 피키에 출판사는 한국문학을 프랑스에 번역.소개해온 출판사.91년 소설가 오정희씨의 『순례자의 노래』를 시작으로 김성동씨의 『만다라』,김원일씨의 『바람과 강』등을 번역.출판했다.
원래 동양문화관계 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해온 이 출판사는 3년전 일본의 성풍속화집을 낸 것이 계기가 돼 한국 성풍속화집마저내게 됐다.
이 출판사의 한국지사대표 이장희(李章喜)씨는 『한국문학과 함께 한국문화 전반을 소개하는 기획의 하나로 미술출판을 시작했다』며 『우선 서민적인 체취가 강한 풍속화첩을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수록된 춘화첩의 소장가는 서울의 P.L씨,부산의 J씨등.출판계약은 작품사용료와 별도로 판매에 따른 인세를 지불하는 조건이며 가격은 권당 2백30프랑(한화 약 3만원)으로 매겨져 프랑스에서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초판 3천부가 발행돼 프랑스 국내와 유럽을 겨냥해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에는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李씨는 밝혔다.
필립 피키에 출판사는 반응을 살펴본후 춘화를 미술사적으로 접근하는 본격적인 책을 후속 출판할 예정이라고 전한다.
춘화도는 남녀간의 농밀한 사랑행위를 그린 것으로 18세기 들어 기생방을 중심으로 한량 사이에 은밀하게 많이 유통됐다.
풍속화의 대가였던 단원이나 혜원은 물론 그외 무명작가까지 춘화도를 남겼으나 대부분 멸실돼 현재는 40~50첩정도가 전하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더욱이 국내의 춘화도가 출판형태로 공개된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30년전쯤 모수장가가 자신이 가진 춘화첩을 한정 영인(影印)해 나눠가진 것과 3년전 『한국의 성(性)』이란 책 속에 단편적으로 춘화도가 소개된 것이 전부다.
최근 모기관에서 해외에 소개할 예정으로 국내 유명 춘화첩을 호화장정본으로 제작중인 것으로 전한다.
윤철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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