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동’ 연고권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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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보라매공원은 동작구의 상징이다. 누구 마음대로 ‘보라매’라는 이름을 쓰나.”(신희팔 동작구 신대방2동장)

“보라매는 보통명사다. 우리 주민들이 원하는데 무슨 문제냐.”(김종융 관악구 자치행정과장)

서울 관악구가 봉천1동의 이름을 ‘보라매동’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자 옆에 있는 동작구가 반발하고 있다. 관악구는 봉천본동~11동까지 12개의 동주민센터를 9개로 통폐합하면서 동 이름도 일제히 바꿀 계획이다.

옛 공군사관학교 자리에 있는 보라매공원은 95%가 동작구 신대방2동에 속해 있고, 5%만 관악구 봉천1동에 걸쳐 있다. 이를 근거로 신대방2동 주민들은 ‘보라매’라는 명칭의 연고권을 주장한다.

봉천1동에선 지난달 중순 ‘보라매동’과 ‘당곡동’이란 두 가지 이름을 놓고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주민 81.6%가 ‘보라매동’을 선호했다. 이에 따라 김효겸 관악구청장은 보라매동으로 바꾸는 조례 개정안을 구의회에 올렸다. 관악구의회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 9월 1일 시행된다.

반면 동작구 장기헌 동행정팀장은 “지하철역·학교·아파트·병원 등 동작구에 있는 수많은 시설과 건물에서 보라매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며 “관악구에서 ‘보라매동’을 쓰면 많은 사람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문서 명칭은 그대로=서울시는 지난해 7월 518개의 동주민센터를 올 연말까지 418개로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말까지 41개의 동주민센터가 사라졌으며, 앞으로 59개가 추가로 통폐합된다.

봉천동 등 일부 지역에선 동주민센터 통폐합을 계기로 동 이름을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달동네’를 연상시키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뜻이다.

이번에 바뀌는 것은 관할 동주민센터를 가리키는 행정동 명칭이기 때문에 주민등록이나 등기부 등 공문서에 표시되는 법정동 명칭은 변함이 없다.강태웅 서울시 행정과장은 “법정동이 진짜 이름이고 행정동은 행정기관이 편의상 부르는 이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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