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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바이오 연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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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옥수수나 사탕수수와 같은 곡식을 발효한 뒤 정제하면 에탄올이 나온다. 이를 휘발유와 혼합하면 자동차 연료로 쓸 수 있다. 바이오 연료 또는 바이오 에탄올로 불리는 에너지원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인류의 과제가 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바이오 연료와 같은 친환경 대체에너지원의 보급이야말로 적극 장려되고 환영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실제 돌아가는 상황은 정반대다. 지난달 초순 로마에서 45개국 정상과 88개국 각료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유엔 식량안보 정상회의에서는 바이오 연료가 도마에 올랐다. 사람의 굶주린 배를 채워야 할 곡식이 연간 1억t씩 자동차의 연료통을 채우는 데 쓰이는 바람에 가뜩이나 치솟는 곡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바이오 연료 생산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브라질은 “곡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항변하기에 급급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고유가와 중동 정세 불안 등에 대처하기 위해 바이오 연료 소비를 두 배 이상 늘렸고 향후 10년간 석유 소비를 20% 줄이겠다고 공언해 왔다. 브라질은 1차 석유위기를 맞은 1973년부터 사탕수수를 이용해 바이오 연료를 개발하기 시작해 이미 일상생활에 정착돼 있다. 미국·브라질과 다른 나라들의 주장이 맞서는 바람에 식량회의에서는 바이오 연료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주엔 쌀이 남아도는 일본에서 쌀로 바이오 연료를 만들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부 보조금을 받은 농민조합원 360명이 고급 쌀 대신 값싼 다수확 품종을 심어 수확한 뒤 바이오 에탄올을 시범 생산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고가 쌀품종인 고시히카리의 산지로 유명한 니가타에서의 일이다. 일본 정부는 또 식량위기에 대비해 비축해 두고 있는 수입쌀 150만t 가운데 일부를 에탄올 제조에 사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비축미를 국제시장에 풀어 곡물가 안정에 기여하라는 국제적 압력까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말이다.

지구촌 한편에선 식량값 폭등의 여파로 굶주림에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하는데 또 한편에선 기름 대신 곡식을 먹고 달리는 자동차가 늘어난다. 곡물을 먹거리로 내다팔기보다 연료로 만드는 게 더 수지가 맞는 상황이라면 언젠가는 옥수수뿐 아니라 쌀까지 모두 에탄올로 둔갑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자동차 없이는 살아도 식량이 없으면 살 수 없다. 환경위기도 해결해야 하지만 식량위기도 눈감을 수 없다. 유엔 식량회의에선 한 가지 해결책이 나왔다. 식량으로 쓰이지 않는 식물성 재료로 ‘2세대 바이오 연료’를 보급하자는 것이다. 이미 유럽에선 개발이 시작되고 있다.

예영준 정치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