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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축구선 ‘1인 3역’ 신개념 킬러 추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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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 24면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축구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무색무취의 축구, 단순하고 느슨한 공격과 헐렁한 수비에 팬들은 인내심을 잃었다. 특히 축구의 마지막 방점인 ‘골 결정력 부족’에 두 손을 들었다. 한국 축구를 끈질기게 괴롭혀 온 이 불치병에 특효약은 없는가. 원인은 한 가지, 골로 모든 것을 말하는 스트라이커 부재가 원인이다. 스트라이커 부재와 골 결정력 부족은 동의어다.

허정무 팀의 불치병 ‘스트라이커 부재’

스트라이커의 한 방은 경기를 결정한다고 해서 ‘킬러’로도 불린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최전방 공격수들을 킬러라고 불렀다. 하지만 세분화된 현대축구의 흐름에 따라 스트라이커의 유형도 세분화됐다. 공격의 첨병인 센터 포워드(타깃맨), 센터 포워드 밑에 위치한 처진 스트라이커(섀도 스트라이커), 좌우 측면에 포진하는 윙포워드(돌파형 스트라이커)다.

센터 포워드(타깃맨)
공격의 선봉장인 센터 포워드는 상대 골문의 제일 가까운 위치에서 골을 겨냥한다고 해서 타깃맨(target man), 또는 페널티박스 안에 고립된 공격수라는 의미에서 아웃 앤드 아웃(Out and Out) 스트라이커로도 불린다. 타깃맨은 위치 선정과 몸싸움, 그리고 탁월한 헤딩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맡는다. 이들은 볼에 빨리 접근할 수 있는 순발력과 볼 컨트롤 능력, 상대 수비를 따돌리는 순간적인 움직임이 뛰어나야 한다. 타깃맨의 전형으로 판 니스텔루이(네덜란드), 클로제(독일), 피터 크라우치(잉글랜드), 호나우두(브라질) 등이 꼽힌다. 국내 선수로는 김재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최순호 울산 현대 미포조선 감독,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황선홍 은퇴 이후 이동국(미들즈브러)과 조재진(전북)이 타깃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믿음을 주지 못했다.  

처진 스트라이커(섀도 스트라이커)
처진 스트라이커는 섀도 스트라이커, 세컨드 스트라이커, 프리맨 등으로 불린다. 4-4-1-1, 3-5-1-1 시스템에서 원톱 밑에 포진하는 공격수다. 골 에어리어 근처에 머무는 타깃맨과 구별해 쓰이고 있다. 종종 공격형 미드필더와 같은 역할을 맡지만 골 결정력 면에서는 플레이 메이커들보다 나은 선수들이 기용된다.

타깃맨이 상대 수비의 오프사이드 라인을 따라 종(縱)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섀도 스트라이커는 오프사이드 라인을 가로지르며 상대 수비의 허점을 찾는 횡(橫)적인 움직임을 주로 한다. 타깃맨에 비해 활동반경이 넓고 날카로운 패싱력 등으로 팀 공격의 무게중심이다.

처진 스트라이커의 유형은 두 가지로 나뉜다. 찬스 메이커 역할에 치중하는 선수와 타깃 맨보다 강한 공격력으로 득점에 적극성을 보이는 선수다. 델 피에로(이탈리아), 데니스 베르캄프(네덜란드), 라울(스페인) 등이 대표적 선수다. 허정무 팀에는 안정환(부산)과 박주영(서울) 등이 처진 스트라이커 요원이다.

윙포워드(돌파형 스트라이커)
좌우 측면의 윙어를 일컫는다. 이들은 2~3명의 상대 수비수를 순식간에 따돌릴 수 있는 빠른 발을 지녔다. 또한 오프사이드 선상에서 곡예를 부리듯 공간 침투능력도 뛰어나 돌파형 스트라이커로도 불린다. 이들은 스피드 외에 물 흐르듯 유연한 드리블에 이은 한 템포 빠른 슈팅으로 골 사냥에 나선다. 돌파형 스트라이커들은 측면을 고집하지 않고 때로는 중앙으로 들어와 최전방 공격수의 역할도 수행한다.

웨인 루니(잉글랜드)와 마이클 오언(잉글랜드)을 비롯해 티에리 앙리(프랑스) 등이 대표적인 선수다. 국내 선수로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기록한 차범근 수원 감독과 변병주 대구 감독 등이 꼽힌다. 현 대표팀에는 이천수(페예노르트), 박지성(맨유), 설기현(풀럼), 이청용(서울) 등이 이 자리를 맡고 있다.
 
신개념 공격수(양수겸장)
스트라이커의 세 가지 유형이라는 상식을 깨는 공격수가 등장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 그는 측면 미드필더에서부터 좌우 윙포워드, 그리고 타깃맨 등 1인 3역을 한다. 뛰어난 발재간으로 상대 측면을 지능적으로 파고든 뒤 슈팅을 날리거나, 좌우 크로스를 문전 중앙에서 타점 높은 헤딩으로 연결해 골 행진을 벌인다.

호날두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1골, 챔피언스리그 8골, FA컵에서 3골 등 42골을 터트렸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 올라 최고의 공격수임을 입증했다.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 언론이 그에게 열광하는 것은 현란한 개인기뿐 아니라 공격의 전 포지션에서도 ‘완벽’으로 무장한 새로운 개념의 킬러 시대를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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