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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답사 1번지, 강진 기행> ③ 백련사와 동백숲길

중앙일보

입력

- 붉게 물든 꽃길, 마음에 피는 홍조

강진에는 붉은 동백숲과 푸른 차밭이 어우러져 유난히 아름다운 정취를 자랑하는 만덕산이 있다. 만덕산은 예로부터 야생 차나무가 많아 다산(茶山)이라고도 불렸다. 만덕산 자락에 오르면 신라의 천년고찰 ‘백련사(白蓮寺)’와 다산학의 산실인 ‘다산초당’을 품고서 저 멀리 시원스레 펼쳐진 강진만까지 내려다보인다. 특히 수백 년 묵은 아름드리 동백 수천 그루가 안내하는 백련사의 정취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백련사로 오르는 차도. 차보다 사람들의 발길로 더 분주하다.

백련사로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만덕산 사이로 난 차도를 이용해도 되고, 동백숲길을 따라 올라도 좋다. 산세가 워낙 수려하다보니 차보다는 두 발로 꾹꾹 밟아 오르는 이들이 훨씬 많다. 차도로 걷든, 동백숲길로 걷든 산책자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풍경이 펼쳐진다.
아무래도 삼림욕까지 즐기며 동백숲길로 오르는 것을 권한다.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된 울창한 동백림이 마치 백련사를 안내라도 하듯 늘어서있다. 매년 3월이면 200~300년 수령의 동백 수천 그루가 만개해 4월 말이면 모두 떨어진다. 꽃이 졌다고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붉은 꽃물이 든 오솔길을 걷기에는 지금이 더 좋다. 뿐만 아니라 하늘까지 에워싼 울창한 동백나무가 여느 때보다 짙은 녹음을 자랑하며 아름다운 숲길을 이룬다. 길 중간에는 수련을 피운 작은 연못도 발견할 수 있다.

모녀로 보이는 두 사람이 동백숲길을 따라 걸어 들어간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들은 고스란히 붉게 물든 꽃길이 만들어진다.

올챙이를 찾아 연못으로 모여든 아이들이 자리를 뜰 줄 모른다.

동백숲길 끝에서 만난 백련사는 엄마의 품에 안기듯, 그렇게 만덕산 자락에 묻혀 있다. <동국여지승람>에서는 백련사를 가리켜 “남쪽 바다에 임해 있고 골짜기 가득히 송백이 울창하며 동백 또한 곁들여져 창취가 사계절을 통해 한결 같은 절경”이라고 표현했다. 더 보태거나 뺄 필요도 없이 딱 맞는 표현이다. 숲을 이루며 피어나는 동백들이 절집을 감싸고,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강진만과 바다가 단아한 절집과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룬 풍광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백련사 만경루. 만경루 안의 ‘백련다원’에서는 만덕산의 야생차를 맛볼 수 있다.

곳곳에는 동백뿐 아니라 비자나무, 후박나무 등이 단아한 절집과 조화를 이룬다.

‘ㄴ’자 형태의 육화당. 도란도란 앉아 나누는 차 한 잔에 잠깐이나마 시름을 잊는다.

천년 세월을 품은 가람 아래로 강진만이 한눈에 펼쳐진다.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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