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영화 출연한 미군 프로아닌 분장한 北배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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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귀순자들은 최근 TV등에서 미군포로가 북한에 생존해 있다는 증거로 제시된 사진을 보고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북한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에서 「다울링 켄튼」이란 미국인으로 등장한 배우는 미국인 포로출신이 아니라 순수 북■ 배우라는 것이다. 북한 강성산(姜成山)총리 사위로 지난 94년7월 귀순한강명도(康明道.37)씨는 문제의 사진을 보고 『이 사람은 미국인 포로가 아니라 조선영화예술촬영소 소속 배우』라고 잘라 말했다. 康씨에 따르면 조선영화예술촬영소에는 전속 배우만 500~600명이 있는데 미국인 역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배우가 따로 있다는 것.그는 또 보도된 사진속의 얼굴이 한국인 보다는 서양인 얼굴에 가깝다는 말에 『북한의 분장기술 수준을 얕잡아 보면 안된다』고 대답했다.
귀순전 평양 형제산 구역에 위치한 조선영화예술촬영소에 자주 드나들었던 康씨는 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에 등장한 외국인들의이름과 국적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영화속에서 「클라우스」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서양인은 러시아 성악가며 「마틴」이라는 이름의 배우는 북한이 초청한 폴란드 배우라는 것이다.
노동당 간부출신으로 지난 88년5월 귀순한 김정민(金正敏.52)씨도 문제의 사진이 북한배우라고 증언했다.
金씨는 켄튼역을 맡은 배우에 대해 『이 사람은 나이가 60세가 넘은 북한의 원로 배우』라고 동일한 증언을 했다.그는 『이배우는 원래 얼굴에 굴곡이 많아(이국적으로 생겨)단골로 미군역할을 맡고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이 영화에는 「메리부인」이라는 미군부인이 한 명 나오는데 그녀는 러시아 여자』라고 지적했다.귀순자들은 북한내 미군 탈영병이 생존하고 있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설사 미군 탈영병이 있더라도 그 숫자는 4~5명 내외로 일반주민과 격리된 채 선전용 영어방송 아나운서 등으로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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