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가 빛났으나 이세돌이 짭짤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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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창호 9단과 박정상 9단이 2008년도 상반기(1~6월)에 나란히 32승을 기록해 공동으로 다승 1위를 마크했다. 이창호 9단은 전성기였던 지난 1997년, 72승을 거둬 마지막으로 연간 최다승을 기록했는데 무려 11년 만에 다시 한번 다승왕에 도전하고 있다. 이 9단은 또 32승8패(승률 80%)의 전적으로 승률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자신의 연간 최고 승률(88년, 88.24%)에는 못 미치지만 80%의 승률은 드문 것이어서 이창호의 회복세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KB2008한국리그에서 이창호-박정상이 한 팀을 이룬 KIXX는 현재 1승5패의 전적으로 8개 팀 중 꼴찌를 달리고 있어 외관적 기록과 실적은 별개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속 면에서 상반기 최고의 활약을 보인 기사는 단연 이세돌 9단이다. 그는 삼성화재배와 LG배, TV아시아선수권 등 상반기에 종료된 3개 국제대회를 모두 휩쓸어 우승상금만 5억원을 벌어들였다. 또 상금이나 승리 시 대국료가 일반 대회보다 많은 2008한국리그에서 5전5승으로 팀(제일화재)을 1위에 올려놓고 있고, 한 판 이길 때마다 1만 달러를 받는 중국리그에서도 5전5승(통산 12연승)을 거둬 짭짤한 소득을 챙겼다. ‘이세돌은 돈이 크게 걸릴수록 강해진다’는 세간의 평가가 사실로 드러난 것인데 아직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상금 면에서 이세돌이 단연 선두라는 것은 명백하다.

이세돌 9단이 국내 대회에서 아직 우승이 없다는 것도 이 같은 측면을 반증한다. 국내 대회는 4개 대회가 결승전을 치렀는데 박영훈 9단이 기성전과 맥심배를 우승해 유일한 2관왕에 올랐고 이창호 9단이 원익배 10단전에서 우승했다. 김기용 4단은 신예대회인 비씨카드배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여자대회에선 연초 국제대회 우승으로 한국기사로는 최초로 9단이 된 박지은이 여류 국수전까지 차지해 최고의 활약을 보였고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은 여류 명인전 우승으로 체면을 지켰다.

우승권엔 들지 못했지만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인 기사는 최철한 9단. 오랜 슬럼프에 빠져 있던 최철한은 상반기에 29승8패로 다승·승률에서 3위를 마크하는 컨디션 상승을 보여 하반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승률에서 10위 안에 든 3명의 초단(강유택·류동완·이원도)은 검증된 유망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랭킹은 지난 연말 이세돌 9단이 이창호 9단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이후 눈에 띌 만한 변동이 없다. 1위 이세돌, 2위 이창호, 3위 박영훈, 4위 목진석, 5위 조한승까지는 그대로고 8위의 원성진이 6위의 강동윤과 자리바꿈한 정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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