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橫行-상식에 반하고 도리에 어긋난 행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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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횡(橫)은 黃과 木의 결합으로「누런 나무」다.옛날 돼지 따위의 가축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사립문에 걸쳐두었던 나무를 뜻한다.나무가 오래 되면 누렇게 된다.그 나무가 가로로 걸쳐져 있었으므로 후에「가로」라는 뜻으로 사용됐다.횡단(橫斷 ).횡대(橫隊).종횡(縱橫)이 있다.
그래서 橫은 방위(方位)상 동서를,반대로 세로인 종(縱)은 남북을 가리켰다.이것을 인간관계에 비유하면 횡은 평등한 관계며종은 수직.상하를 뜻하는 불평등한 관계인 셈이다.옛날 군신(君臣)간의 관계를 남북에 비유했던 것이 좋은 예다 .
유가사상이 지배했던 과거 봉건사회는 엄격한 종적 신분질서를 기초로 하고 있다.
군신.부자(父子).남녀간에는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있었으며 심지어는 같은 혈족간에도 촌수(寸數)를 두어 높낮이를 구별했다. 한편 「평등」을 뜻하는 횡적인 관계는 이단.무질서.탈법으로인식돼 橫으로 이뤄진 단어치고 좋은 뜻을 가진 것이 별로 없다.남의 물건을 가로채면 횡령(橫領),장기나 바둑에서 불법으로 잘못 둔 수를 횡수(橫手),포악하게 구는 것을 횡 포(橫暴),도리에 맞지않는 말을 지껄이는 것을 횡설(橫說.또는 橫說竪說),제멋대로 일삼는것을 전횡(專橫)이라 한다.
橫行 역시 좋은 뜻이 아님을 알 수 있다.게처럼「옆으로 걷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상식에 반하는,도리에 어긋나는 행위다.곧질서를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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