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136) 서울 용산 열린우리당 김진애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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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에 도전장을 던진 김진애(51) 열린우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시원시원한 정치, 진짜 정치가 뭔지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 위원장의 홈페이지의 슬로건도 ‘김진애~~너지의 진짜 정치’다. 동료가 만들어 줬다는 ‘김진애너지’란 말처럼 그는 늘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그의 말 한 마디, 걸음걸이, 제스처에선 강단과 뚝심이 느껴진다. 기자가 그에게서 받은 첫 느낌은 ‘여걸’이었다.

그는 남성의 분야로 알려진 도시 건축에서 수십 년간 단련된 ‘도시계획 전문가’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불쑥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주위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몇 십년 걸어온 자신의 길을 순식간에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정작 본인은 태연자약이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절박감이 자신의 등을 떠밀었다고 했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어쩌면, 그의 말대로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제 전문 분야가 설계입니다. 무슨 일이든 설계가 가장 중요하죠. 정치도 이번 17대 총선을 통해 새롭게 설계해야 합니다. 설계의 성과는 무엇을 위한 설계냐, 누가 설계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우리 정치의 새 설계, 그 큰 몫을 맡고 싶었어요.”

김 후보는 지난해 가을, 당시로선 전망이 불투명했던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그리고 다섯 달 만에 서울 용산에 출마했다. 그는 “내가 과연 현실 정치인이 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뽑은 비장의 무기이다. 지역구는 물론 중앙 정치무대에서도 이미 차세대 여성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당에서 정책연구재단설립준비위원장도 맡고 있다.

“열린우리당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열린우리당이 유일한 미래라고 믿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건 잘 사는 나라, 깨끗하고 열심히 일하는 국회입니다. 우리 국회도 세계 무대에서 당당한 국회가 되어야죠.”

그는 “그동안 지역구를 돌면서 주민들로부터 욕도 많이 먹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제발 도적질 좀 못하게 해 다오. 싸움 좀 하지 마라. 일 좀 해라”였다고. “이제 믿을 건 열린우리당밖에 없다. 제대로 해 달라”는 간곡한 주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경기도 군포 태생이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왔고 미국 MIT에서 건축 석사, 도시계획 환경설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MIT 도시건축연구소,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를 거쳐 지금은 서울포럼 대표로 있다. 국무총리실 세계화추진위원회, 21세기 위원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건축위원회, 광주호남21세기비전 자문위원 등을 맡아 정책 감각도 익혔다.

전공 분야에서는 산본 신도시, 인사동길, 수영정보단지 등의 도시 설계와 선농 테라스 등의 건축 설계, 밀라노 트리엔날레 서울전시관, 현대미술관 ‘아름다운 서울’ 등의 전시 공간 설계에 참여해 국내외 시장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1세기 글로벌리더 100인’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여성신문 여성 리더 100인(‘힘’부문), 경향신문 여성 리더 100인(문화예술 부문),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의 102인 여성 후보에도 뽑혔다. 주요 매체에의 칼럼 기고와 방송 출연으로 유명세를 탔고, <나의 테마는 사람 나의 프로젝트는 세계>, <이집은 누구인가>, <우리도시예찬> 등의 저서가 있다.

▶ 김진애 후보는 이공계 출신 정치인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현장에서 단련된 이공계 전문가들이야말로 일하는 정치, 사람 중심의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 “책상에 앉아 펜대만 굴리던 율사 출신들이 국회 의석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건 문제”라며 “전문성과 실천적 마인드를 지닌 정치 신인들이 나서야 정치가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그가 정치를 통해 만들고 싶어하는 대한민국은 ‘사람답게 사는 나라, 일하는 나라’다. ▶‘프로’답게 일하는 나라 ▶기업가 정신에 박수치는 나라 ▶유쾌하게 토론으로 풀어가는 나라 ▶‘공평 기회·차등 성과’를 인정하는 나라 ▶경제 열정과 문화 열정이 조화된 나라 ▶경쟁력과 삶의 질이 어우러진 나라 ▶동아시아의 균형 쐐기 역할을 하는 나라, 무엇보다 ▶하나 되는 나라이다.

“부정부패, 부실·비리 없는 당당한 나라, 일하는 대한민국이 되어야죠. 그러자면 비생산적인 구태 정치와 분열적인 지역주의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이들 벽을 넘어 이 나라를 2만 달러 시대, 통합의 시대로 이끄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그는 지역구인 용산에 대해 “나름대로 애착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120년 동안 미군기지로 빼앗겼던 이 땅을 되찾아 문화와 국제 비즈니스가 공존하는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곳 용산은 미래지향적인 한국을 대표할 만큼 국가적인 과제와 도시적 과제들이 맞물려 있는 곳입니다. 서울 강남·북의 한복판에 있고, 고속철이 지나는 교통의 요충이기도 하죠. 전쟁기념관과 미군기지에서 보듯 이곳은 또 아픈 냉전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습니다. 저는 용산 발전 프로젝트의 컨셉을 ‘평화’로 잡고 싶어요. ‘평화’는 동북아 시대를 열어갈 미래 한국의 화두이기도 하거든요.”

그는 용산이 평화와 화해, 통합을 통해 대한민국의 중심, 세계의 중심으로 뻗어나가도록 열정과 능력을 쏟아붓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용산은 백범 김구 선생의 묘가 있는 곳입니다. 김구 선생 말씀대로 ‘내가 살고 싶은 우리나라’,‘우리가 살고 싶은 새로운 우리나라’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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