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변호인 "盧대통령"호칭 제동-盧씨 2차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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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5일 열린 노태우(盧泰愚)씨 부정축재사건 2차공판은 재판장김영일(金榮一)부장판사가 盧씨를 『대통령』이라고 호칭한 김유후(金有厚)변호사에게 수차례 경고한 끝에 신문을 중단시키는 등 시종 긴장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변호인단중 첫 번째로 반대신문에 나선 盧씨의 변호인 金변호사는 법정 안이 울리는 또렷한 목소리로 대국민 사과성명.검찰조사.검찰신문등을 통해 밝힌 盧씨의 입장을 다시 밝혀나가다 돌연 盧씨의 반대신문을 이번 기일에선 하지 않겠다고 선언,법정은 술렁거 렸다.
金변호사의 포기선언에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는 하겠다는 뜻이냐』고 물었고 金변호사가 『실체진실을 위해 기회가 있으면 하겠다』고 하자 『아마 그런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잘랐다. 이어 金변호사가 『노태우 대통령께서는…』을 되풀이하자 金부장은 『법정안에서 모든 피고인의 호칭을 「아무개 피고인」으로통일해 달라』고 1차 경고.
오후 재판이 속개되자마자 재판장은 이례적으로 『다시 말하건대변호인들은 피고인의 호칭에 유의해 달라』고 호칭문제를 재차 환기. 이에 金변호사는 진행발언을 얻어 『부모님 이름자도 못 부르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동양의 예의상 모시던 분을차마 피고인으로 부르지 못하는 심정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사정이야 어떻든 법정에서는 「아무개 피고인」이라고 통일하라』고 재차 강조.
허탈한 표정의 金변호사는 盧피고인을 향해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으로 부르더라도 대통령께서는 양해해 달라』고 했고 이에 盧씨는 『그냥 그렇게 불러주세요』라고 다소 볼멘소리.
김진원.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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