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신념만 강조 … 도마 오른 ‘PD 저널리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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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정국을 몰고 온 4월 29일자 MBC ‘PD수첩-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오역·왜곡 논란을 놓고 PD저널리즘이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사실에서 출발해 결론을 도출하기보다 미리 방향을 정해 놓고 끼워 맞추기식 취재를 하며, 중립성보다 입장을 중시하는 PD저널리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PD저널리즘은 교양 PD들이 제작하는 시사프로로, 1983년 시작한 KBS ‘추적 60분’을 필두로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이 해당된다. 전통적으로 취재 영역에 속하지 않았던 PD들이 보도에 뛰어들어 출입처 위주 관행을 깨고 이슈 중심의 탐사 저널리즘을 개척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단편적인 TV 뉴스로는 취약한 고발과 사회 비판, 각종 ‘성역’에 대한 도전으로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PD저널리즘은 몰래카메라나 비밀 녹취 등 취재윤리 문제, 상대적으로 취약한 게이트 키핑 문제를 낳기도 했다. 감성적 영상과 강한 스토리텔링을 내세워 사실보다 극적인 드라마를 지향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통적인 뉴스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내세우기보다는 제작자의 입장과 시각을 강하게 내세우는 것도 논란거리다. 사실 확인과 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보다 제작자의 주관적 판단을 중시하는 것이다. 뉴스 전달자라기보다는 해석자의 입장을 앞세우다 균형감각을 상실하거나 논점에 부합하지 않는 팩트를 무시하고 취재 내용을 일방적으로 몰고 가는 문제도 생긴다.

한양대 이재진(신문방송학) 교수는 “PD저널리즘이 막강한 파급력을 가지며 사회 고발자나 권력 감시, 비판자 역할을 해 온 게 사실이지만, 취재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모든 취재 수단과 보도 방식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특히 스스로 가치판단을 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번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해 “사실 그 자체에 충실하기보다 여론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시사프로의 기대효과에 집착하다 보니 팩트 이상으로 나아갔고, 결과적으로 애초의 취재 목적까지 흐려지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윤영철(신문방송학과) 교수도 “PD들은 본인의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프로를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며 “탐사·고발 정신을 강조하다가 사실 확인이란 저널리즘의 본령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반적으로 PD저널리즘 프로들은 전체를 다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시청하며 순간순간 영상 메시지를 해독하기 때문에 광우병 의심 영상만 나가도 시청자는 사실로 받아들일 위험이 크다”며 “이번 보도는 예단한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자극적 영상을 확인 없이 사용한 선정·과장 보도”라고 지적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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