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옷’ 132년 전통 윔블던 대회 … 선수들 “디자인 최대한 튀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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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윔블던의 초록색 잔디코트에 하얀 꽃이 피었다.

132년의 역사를 가진 윔블던은 테니스 메이저대회 중 유일하게 흰옷을 고집한다. 대회 주최 측인 ‘올잉글랜드 론 테니스 앤드 크로켓 클럽’의 복장 규정(드레스코드) 때문이다. 하지만 패션 리더인 선수들은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색상의 한계를 극복한다.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左)는 25일(한국시간) 여자 단식 1라운드 경기 때 턱시도형 경기복을 입고 나와 시선을 끌었다. 턱시도 디자인의 재킷과 민소매 상의, 파격적인 쇼트팬츠로 멋을 살렸다. 지난해 ‘백조의 호수’ 테마에 이어 ‘윔블던 버전2’인 셈이다.

24일 1회전 경기에 나섰던 세리나 윌리엄스(미국·右)는 패션쇼에 나선 모델 같았다. 햇살 속으로 흰색 레인코트를 입고 코트에 나선 그를 놓고 현지 언론은 ‘윌리엄스의 캣워크(패션모델의 걸음)’라고 묘사했다. 비와 인연이 많은 윔블던에 맞춘 컨셉트였다. 보기 드문 흰색 레인코트는 엉덩이 위에 살짝 걸치면서 윌리엄스의 패션 감각을 돋보이게 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복고풍으로 승부했다. 23일 경기 때 그는 옅은 줄무늬의 카디건을 입고 등장했다. 1920~30년대식 고풍스러운 디자인은 그의 편안한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샤라포바까지 “멋지다”며 한마디 거들었다.

주최 측이 흰옷을 고집하다 보니 곡절도 많았다. 앤드리 애거시(미국)는 90년 복장 규정을 이유로 대회를 보이콧했다. 하지만 그도 이듬해부터 흰옷을 입고 나왔다. 지난해에는 타티아나 골로벵(프랑스)이 빨간 팬티를 입고 나와 ‘속옷’이라고 우긴 끝에 착용을 허락받았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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