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대중문화현장>뉴욕재즈의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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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재즈는 20세기초 뉴올리언스를 중심으로 한 미국남부의 농장지대에서 탄생했다.흑인들의 몸에 밴 전통음악에 유럽 고전음악 양식을 받아들여 완성된 재즈는 일자리를 찾아 북.동부지역으로 몰려든 흑인들의 행렬과 함께 북상한다.20년대초 미 시시피강을 따라 캔자스시티.시카고를 거쳐 뉴욕에 상륙했을때 재즈는 비로소인종과 지역을 초월하는 전미국의 음악이 됐다.
뉴욕안에서도 재즈 중심지는 몇차례 이동을 거듭했다.루이 암스트롱.듀크 엘링턴 등 초기선구자들은 흑인들의 집단 주거구역인 할렘을 중심으로 번창했다.최근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여류 재즈가수 빌리 할리데이의 체취는 할 렘의 아폴로극장과 코튼클럽에 지금도 남아 있다.
30년대 대공황기를 겪고난 뒤 미국인들이 자신감을 되찾았을때흑인중심의 재즈는 백인들이 즐기는 스윙이란 춤곡으로 변형됐고 뒤이어 백인들의 음악적 감성이 접목되면서 근대재즈로 발전한다.
이때부터 재즈 중심은 할렘에서 백인들의 주생활무 대인 미드타운의 52번가로 옮겨온다.이때 활약한 사람들이 전설적인 명인 찰리 파커.마일스 데이비스.텔로니우스 몽크등이다.그러나 「스윙 스트리트」라 불릴 만큼 흥청거렸던 52번가에서 재즈 흔적은 깨끗이 사라졌다.CBS빌딩앞 보도에 박 힌 기념판이 당시 미국인들을 웃고 울렸던 명인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50년대에 접어들면서 재즈 중심은 다시 한번 남하한다.「영혼의 자유를 표현하는 음악」이라고 일컬어지는 재즈 연주장으로 현대식 마천루가 숲을 이루고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부각된 52번가는 더이상 적합한 공간이 아니었다.대신 뉴욕에서 가장 예술적인향기가 짙고 분방한 개성과 자유로운 분위기가 충만한 그리니치 빌리지 일대가 세계 재즈의 중심으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두차례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는 피아니스트 케니 배런은 클럽 「브래들리」에서 만난 기자에게 『재즈의 참맛은 즉흥연주에 있다.연주자와 관객의 감정이 혼연일체가 될때 좋은 연주가 나오는데 뉴욕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그리니치 빌리지의 클럽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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