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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중국 공장에도 '박태준 정신'이 끓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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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우향우 정신’이다. 40년 전, 제철소 건설에 실패할 경우 경북 포항 영일만 바다에 모두 빠져 죽자는 비장한 각오를 말한다. 그 정신이 2000년대에는 어디로 갔을까. 포스코인들은 중국 장가항이라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22일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서쪽으로 160㎞를 가자 장가항이 나왔다. 포스코 최대의 해외생산기지 장가항포항불수강유한공사(張家港浦項不銹鋼有限公司)가 있는 곳이다. 1997년 설립된 이 공장은 2006년 11월부터는 외국투자법인으론 처음으로 전기로를 만들어 연산 60만t의 스테인리스 열연을 생산하고 있다. 외국 기업이 중국 정부로부터 전기로에서 쇳물을 만들어 최종제품까지 생산해 내는 일관제철소 건설을 허가받은 사례는 이곳이 유일하다. 그만큼 중국 정부도 포스코를 남다르게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낯익은 구호가 눈에 띈다. ‘쯔위안 유셴, 촹이 우셴(資源有限 創意無限: 자원은 유한하고 창의는 끝이 없다)’. 포스코의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구호다. 김용민 생산담당부총경리는 “써붙이지는 않았지만, 중국 직원들의 머릿속에는 안되면 양쯔강으로 투신한다는 ‘우향우 정신’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장가항포항불수강의 동쪽은 유유히 흐르는 양쯔강과 맞닿아 있다.

장가항포항불수강은 지난해 28억64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97년 설립 당시(1억3700만 달러)보다 21배 늘어난 사상 최대다. 순이익은 360만 달러에서 8100만 달러로 23배 증가했다. 중국 내 3대 스테인리스 기업으로 꼽히는 실적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 스테인리스 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최악의 불황을 기록하며 대부분의 철강사가 적자를 기록했으나 장가항포항불수강은 흑자를 냈다. 신정석 총경리는 “지난 10년이 회사의 성장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지속적인 발전을 통한 안정기”라고 말했다.

장가항포항불수강의 성장에선 정길수 스테인리스 부문장을 빼놓을 수 없다. 공장 설립 초기부터 총경리를 맡아 올 2월 스테인리스 부문장(부사장)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장가항에서 그는 ‘리틀 TJ(박태준 명예회장의 영문 이니셜)’로 불린다. 그는 설립 초기 포스코 특유의 ‘목욕론’을 전파하는 데 힘썼다. 박 명예회장이 포항제철소 건설 당시 중점을 뒀던 과제이기도 하다. 박 명예회장은 당시 목욕을 잘해서 깨끗한 몸을 유지하는 사람은 정리·정돈은 물론 안전·예방의식까지 높아져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런 논리를 정 부사장도 따른 것이다. 실제 생산직 직원은 물론 여직원에게도 목욕탕 입장권을 손수 나눠주기도 했다.

인재육성 방침도 비슷하다. 일단 채용한 사람은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다. 2주간의 합숙교육과 1주일가량의 군부대 위탁교육을 통해 어딘가 어수룩한 중국 젊은이들을 눈빛이 또렷한 포스코인으로 키워낸 것이다. 공급 과잉 상황에서 장가항포항불수강이 흑자를 기록한 배경에는 이 같은 인재육성 방침과 함께 최고 품질의 고급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강인수 판매관리부장은 “같은 제품이라도 품질이 뛰어나 다른 회사 제품보다 1t에 5만원 이상 더 받는다. 항상 경쟁사보다 5보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가항(중국)=심재우 기자,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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