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 이사제도'선진국은 어떻게 운영하나-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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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신년 벽두 현대그룹이 발표한 사외(社外)이사제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다.그러나 외부인사를 이사로 선임해 기업경영의 주요 결정권을 맡기는 것이 우리나라의 기업풍토에 맞는지,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사외이사제 도는 대체로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잘돼있고 주주의 단기적인 이익배당에 관심이 높은 구미(歐美)기업에서 주로 채택되고 있는 제도다.선진국중 기업풍토가 우리와 유사한 일본에서는 이 제도가 도입돼있지 않다.그래서 소주주의 이익보호나 사회 적 공헌의 확대등을 위해바람직하다는 일반여론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기업운영에 있어 오너의 힘이 절대적인 우리의 기업풍토에 자칫 이름뿐인 제도가 돼버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주요 선진국에선 이 제도를 어떻게 운 영해오고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註] 미국기업의 이사회는 사내인사와 외부인사의 혼합형이 대부분이다.업종이나 기업의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인원구성에 있어 외부인사가 다수인 것이 보통이다.
대형회사의 경우 회장.사장.법률고문,그리고 수석부사장중의 일부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나머지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다.사외이사들의 직업은 변호사나 공인회계사가 가장 많고 대학교수 또는 다른 회사의 현역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이사회 소집은 분기별로 연 4회.회사경영에 일일이 간섭하진 않으며,회사경영의 중장기적인 방향에 관해 의견을 제시할 뿐이다.이사회의 첫째 역할은 주주들의 권익보장에 주안점을 두고 집행부를 견제하는 일이다.따라서 주식공개를 하지 않는 개인기 업,즉 오너가 확실한 기업은 이사회라는 존재가 필요없다.
주주총회가 이사선출을 하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다.그러나 한국 같은 대주주 오너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회사중역진이 주총에 이사후보를 추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미리 정해진 자리 할당이 있다.예컨대 회장이나 사장이확보하는 몇자리,또는 자본을 댄 동업자가 추천권을 행사하는 몇자리, 또는 주거래은행이 융자조건으로 약속받은 몇자리등 회사 사정에 따라 이사회를 구성하는 요인이 각기 다를 수 있다.
미국기업들의 사외이사로 선출되는 사람들의 연수입은 2만달러에서 20만달러로 다양하다.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대기업의 최고경영자 경험을 갖춘 은퇴인사들이 월스트리트에서는 이사회의 사외초빙 대상으로 가장 인기가 높다.
뉴욕=이장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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