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6선발’ 조정훈, 깜짝 완봉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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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데뷔 4년 만에 첫 선발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한 롯데 조정훈이 LG전에서 유연한 자세로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양광삼 기자]

롯데는 올 시즌 8개 구단 중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가장 철저하게 운영해 왔다. 손민한-송승준-장원준-매클레리-이용훈의 5인 로테이션을 변함없이 지켜왔다. 딱 한 번, 5월 8일 이용훈이 손톱 부상으로 쉴 때 2군에 있던 조정훈이 임시 선발로 나선 것이 유일한 예외였다. 5명의 선발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고, 크게 부진하지도 않아 가능했다. 롯데의 탄탄한 5인 선발 로테이션은 나머지 7개 구단이 부러워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2군에서 실력 있는 투수가 기회를 잡지 못하는 그늘도 롯데엔 있었다. 조정훈은 5월 8일 한화전에서 7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3-0으로 앞선 8회 무사 1, 2루에서 구원 투수에게 공을 넘겼지만 불펜이 역전을 허용하면서 승리를 날렸다. 눈부신 호투에도 불구하고 조정훈은 다음 날 2군으로 내려갔다. 조정훈은 올해 2군에서 8경기에 출장해 3승1패,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2군 전체 투수 중 가장 좋다.

2005년 2차 1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조정훈은 데뷔 첫해 구원승으로 첫 승을 거둔 후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1승2패, 평균자책점 6.36의 그저 그런 투수였다. 올해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마운드에서 강약 조절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5㎞를 넘지 못하지만 제구력이 좋고 변화구로 체인지업(포크볼 그립)이 뛰어나다. 손민한을 닮은 체구와 피칭 스타일로 롯데 팬들은 ‘리틀 손민한’이라는 칭찬을 한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그런 조정훈을 2군에 계속 두기 아까웠던 듯 20일 1군 선수단에 합류시켰고 22일 LG전 선발로 내세웠다.

조정훈은 LG 타선을 맞아 9회까지 단 97개의 공을 던지며 0점으로 막아냈다. 자신의 프로 첫 선발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8회 2사 후 3루타, 9회 2사 후 2루타를 맞았으나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최고 143㎞의 직구와 체인지업의 맞혀 잡는 피칭으로 LG 타선을 압도했다. 낮은 유인구를 효과적으로 구사해 땅볼 아웃(11개)이 뜬 공 아웃(8개)보다 많았다. 9이닝 4피안타·8탈삼진.

롯데는 또 카림 가르시아가 1회 2사 만루에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려 기선을 제압했다. 2회에도 안타 3개와 희생플라이 2개로 3점을 보탰고 8회에는 이대호가 좌월 3점 홈런으로 10-0 대승을 자축했다.

문학구장에서는 SK 에이스 김광현이 삼성을 상대로 가장 먼저 10승(3패) 고지에 올랐다. SK의 9-3 승리.

글=한용섭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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