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버려? 놔둬? 중국 펀드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회사원 백영중(43)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중국펀드 때문이다. 어렵게 모은 목돈을 지난해 10월 중국펀드에 몽땅 털어 넣었다. 연초 곤두박질했던 중국 증권시장이 4월 중순 이후 급반등할 때까지만 해도 그는 중국을 믿었다. ‘역시 중국은 저력이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증시가 다시 3000선 아래로 추락하자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믿었던 중국마저 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까 염려스러워서다.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것도 불안하다.

◇물가 덫에 걸린 중국=사회주의인 중국 정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가다. 물가가 뛰면 국민의 대다수인 저소득층이 먼저 타격을 입는다. 자칫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잇따른 경기 침체 신호에도 되레 은행 돈줄을 죄는 것도 그래서다. 국제유가가 치솟는데도 국내 기름값을 못 올리도록 누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잇따랐다. 정부가 돈줄을 죄니, 은행은 기업 대출을 줄이고, 이는 다시 저소득층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긴축으로 국내외 금리차가 벌어지자 국제 핫머니도 중국으로 몰려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 기름값을 지나치게 억눌러온 탓에 정유·전력회사의 실적이 곤두박질해 증시도 급락했다. 정유·전력주는 상하이 증시 시가 총액의 32%를 차지한다.

결국 상하이종합지수 3000이 무너지자 중국 정부도 한걸음 물러섰다. 국내 기름값을 최고 18%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 조치로 상하이 증시는 20일 3% 올랐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기름값 인상이 국내 물가에 반영되면 긴축 고삐가 더 죄어질 수 있다. 현대증권 김경환 연구위원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과 국내 기름값 억제가 다시 물가 불안과 증시 침체를 불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불패도 흔들=중국 부동산 시장의 활황은 고속성장의 상징이었다. 성장을 계속하는 한 부동산은 건재할 거란 믿음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이상 기류가 흐른다. 시작은 선전이었다. 선전 부동산 값은 지난해 상반기 45%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값이 추락하더니 지금은 1년 전 시세로 되돌아갔다. 아파트 값이 떨어지자 분양 취소도 속출했다.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베이징(北京)에서는 지난 1~4월 한 달 평균 계약취소 건수가 1000건이 넘었다. 한 부동산개발상은 “예전엔 줄을 서서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지금은 줄을 서서 해약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상하이나 베이징 부동산 값까지 폭락한 건 아니지만 거래는 눈에 띄게 줄었다.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 금융회사의 부동산 담보대출도 부실해진다. 가뜩이나 기업 대출 감축으로 어려운 은행 입장에선 설상가상의 시나리오다.

◇애물단지 된 중국펀드=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서 판매한 142개 중국펀드의 지난해 10월 말 이후 현재까지 평가손실은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해외펀드 손실액 13조8000억원의 72.4%에 이른다. 중국 증시가 ‘상투’를 친 지난해 10~11월 중국펀드 가입자가 가장 많았던 탓에 손실도 컸다. 중국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그나마 낫다는 게 마이너스 16~18%다.

한국증권 박승훈 애널리스트는 “중국 증시가 본격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며 “3년 이상 투자할 여윳돈이 아니라면 반등할 때 일부 환매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펀드를 섣불리 환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조언도 많다. 대신증권 오승훈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50배가 넘었던 중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 18배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지금은 투자를 줄이기보다 늘리는 걸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경민·최현철 기자

바로잡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 그래프의 2008년 7월 1일을 2007년 7월 1일로 바로잡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