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Life] 매일 온몸이 맞은 듯 아프고 피로하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석 달 이상 온몸의 통증과 피로감이 지속될 땐 정밀 진찰과 검사를 통해 섬유근통증후군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 사진은 섬유근통증후군 환자의 고통을 예술로 표현한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

‘만일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프다면?’ 상상만 해도 우울하다. 안타깝게도 이런 가정이 현실로 존재하는 이들이 있다.

‘섬유근통증후군’ 환자들이다. 삶의 질을 피폐하게 만드는 섬유근통증후군 환자는 전 인구의 2%나 된다. 게다가 여성 환자는 남자보다 7배나 많다. 이달 11~15일 파리에서 열린 ‘2008 유럽 류머티스학회’에 소개된 내용을 중심으로 30~50대에 찾아오는 섬유근통증후군의 실체와 치료법을 알아본다.

◇참기 힘든 통증과 피로감=다친 것도, 맞은 것도, 그렇다고 특별히 무리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온몸이 아프고 피로감이 밀려온다. 이런 일이 하루 이틀 있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석 달 이상 지속된다. 인내심 강한 사람도 병원을 전전하며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다. 하지만 통증의 원인을 알기 힘들어 진단이 더디다. 환자의 고통은 날로 심해지며 업무 능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이 찾아온다. 실제 이번 학회에서 우리나라를 비롯,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멕시코 등 8개국 환자 800명(국가당 100명씩)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64~82%의 환자가 병 때문에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으며, 절반 이상은 지난 1년간 열흘 이상 결근을, 다섯 명 중 한 명은 직장생활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뇌는 통증에 지나치게 민감=섬유근통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환자들은 통증에 대해 유난히 민감하게 느끼는 것은 분명하다. 독일 루프레히트칼스대 헤르타 플로(심리학) 교수는 “외부 자극을 줬을 때 환자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통증을 느낀다. 반면 통증이 생겼을 때 억제하는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뇌에서 통증을 조절하는 도파민·세로토닌·마약성 물질 등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데다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코티졸(호르몬) 수치가 감소돼 있기 때문. 환자에게 우울증· 불안증이 동반되는 이유도 이런 현상과 관련이 있다. 또 환자들은 통증에 의한 혈압 변화도 부적절하다. 통상 아플 땐 혈압이 오르면서 통증을 덜어준다. 하지만 섬유근통증후군 환자는 통증을 느낄 때 오히려 혈압이 떨어져 통증이 악화된다.

◇진단 쉽지 않고, 오진도 많아=환자의 고통은 심하지만 진단이 수월치 않다. 실제 8개국 조사 결과 환자들은 병명을 알기 전 7개월~3.7년간 시간을 소요하며, 2~4명의 의사를 전전한다. 또 환자들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류머티스관절염·근막통증후군·심인성 통증 등으로 오진돼 부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이런 방황의 시기에 환자들은 통증·피로감·우울증·불면증·두통·불안감 등 다양한 증상에 지속적으로 시달린다. <그래픽 참조>

진단이 힘든 이유는 확진을 장담하는 혈액 검사·소변 검사·뇌촬영 등 진단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호주 모나시의대 게프리 리틀존(류마티스 내과) 교수는 “증상은 크게 전신증상(피로감)·감정변화(우울증 등)·불면증·관절염 등 네 종류로 구분된다’며 “ 섬유근통증후군은 암을 비롯, 비슷한 증상을 호소할 수 있는 다른 병이 아님을 확인한 뒤 진단하는 병”이라는 말로 진단의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치료는 약물·운동·심리치료 병합해야=일상의 삶을 파괴하는 통증은 적극적인 치료 대상이다. 이번 학회에 참석한 한양대 류머티스병원 배상철 교수는 “통증 치료는 적극적으로, 또 약물 치료와 운동요법 및 심리치료를 함께 병행해야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또 “약물치료는 이전엔 항우울제·근육이완제·수면장애 치료제 등으로 문제의 증상을 덜어줬지만 최근 섬유근통증후군 환자의 통증 경감에 효과적인 프레가발린이 나와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물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몸이 아프더라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적절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파리=황세희의학전문기자·의사

섬유근통증후군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

<주증상>
- 전신 통증(몸의 좌·우·위·아래·중심부 등 모든 곳)
- 18개 중 11곳 이상에서 압통점

<흔히 동반되는 증상>
- 수면 장애
- 하루 종일 느껴지는 피로감
- 뻣뻣함
- 두통(긴장성 두통·편두통증)
- 감각 이상(저리거나 둔한 느낌)
- 우울·불안 등 정서장애
- 독감과 비슷한 증상(목이 아프고 콧물이 나옴)
- 과민성대장염 증상(복통사·변비·설사)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홈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