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聖火 지켜보는 티베트 포탈라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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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20면

21일 티베트 불교문화의 상징인 라싸의 포탈라궁 광장. 오성홍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베이징올림픽을 밝힐 성화 릴레이 행사가 열렸다. 광장에선 티베트 전통무용 공연이 펼쳐져 북소리와 함께 축제 분위기를 북돋웠다. 성화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여름 궁전 노부링카궁을 출발해 포탈라궁까지 11㎞를 달렸다. 성화가 지날 때 거리에선 전통 복장을 한 주민들이 오성홍기와 오륜기를 흔들었다. ‘조국 축복’ ‘만족대단결’ 같은 표어도 눈에 띄었다.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한 1959년부터 주인을 잃은 포탈라궁은 이 광경을 묵묵히 지켜봤다. 포탈라궁은 티베트인이 윤회의 사슬을 끊기 위해 오체투지를 하면서 찾아가는 성지(聖地)다.

156명의 릴레이 주자 중 절반인 78명은 티베트 짱(藏)족과 소수민족이었다. 60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올해 75세의 자궁(家貢)이 첫 번째 주자로 뛰었다. 성화 역시 지난달 8일 에베레스트 등정 행사를 성공리에 끝냈다.

티베트의 유명 등산가 자궁(家貢·왼쪽)이 21일 오전 친이즈(秦宜智) 라싸 시당위(市黨委) 서기로부터 성화를 넘겨받고 있다.

라싸에선 올 3월 티베트 자치를 요구하는 반중 시위가 발생해 유혈 참사가 빚어졌다. 중국 당국은 ‘3·14 사건’이라 부른다. 성화 릴레이를 계기로 반중 시위가 재발할 것을 우려한 중국 당국은 주요 거리에 3m 간격으로 병력을 배치했다. 홍콩 언론은 칭짱 철도 구간에도 7000명의 병력이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다른 한편으로 반중 시위에 가담한 1157명을 석방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명명한 ‘화해의 여정’에 행여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만반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망명정부는 3월 시위 당시 강경 진압으로 최소한 209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세계 600만 티베트인은 이날 성화 릴레이 행사를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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