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네 사람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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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03면

김기영
영화 전작전 개최

영화감독 김기영(사진·1919~98)은 한국 영화사에서 신화가 된 인물이다. 괴상한 영화를 많이 찍은 기인으로 알려졌던 그는 97년 부산영화제 회고전 이후 끊임없이 새롭게 발견되는 감독으로 국내외에 매니어층을 늘려 가고 있다. 타계 뒤 평가받고 더 유명해진 고인의 작품세계를 한자리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6월 20일부터 29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열리는 ‘김기영 감독 전작전’이다. 김기영 감독이 찍은 영화 32편 중 한국영상자료원이 소장하고 있는 김 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 두 편이 상영된다. 올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하녀’ 디지털 복원판과 프린트 필름이 없어 보기 힘들었던 ‘자유처녀’, 고인의 유작이면서 개봉하지 못했던 ‘죽어도 좋은 경험’ 등을 만날 수 있다.

김진송
아름지기 아카데미 강연

김진송(49)씨는 여러 직함을 지녔다. 미술평론가 겸 문화평론가이며 근대문화연구자이자 소설가다. 나날이 나무를 켜는 목수이면서 때로 화가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다른 일의 세계로 들어설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사람이다. 본지에 드로잉 에세이 ‘벌레와 목수’를 연재하며 새로운 문명관을 털어놓기도 했다. 6월 26일 오전 10시 쇳대박물관에서 열리는 ‘2008 아름지기 아카데미 6월 강좌’에 초청된 연사 김진송씨는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의 저자로서 ‘경성, 문화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옛 서울 경성이 어떤 문화적 면모를 지녔는지 오늘의 눈, 작가의 시선으로 더듬는 독특한 얘기마당이다. 김진송씨는 올가을 목수 김씨로 돌아가 해마다 선보이는 가구 전시회를 연다.

이상엽
청계천을 주제로 한 사진전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씨는 2002년부터 7년 동안 35㎜ 라이카 카메라로 청계천 언저리를 찍어 왔다. 굳이 불편하고 느린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한 까닭은 청계천을 기록하는 데 이 방식이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6월 17일부터 30일까지 대안공간건희에서 열고 있는 사진전 ‘청계의 나날들’은 흐르는 삶 속에서 퇴적된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우리 시대의 기록이다. “구식은 구식의 옷을 입어야 제 맛”이라 말하는 사진가는 이 거리에 대한 애정을 오래 기다려 찍은 흑백사진 22점으로 드러냈다. 작가는 자신의 사진전을 “도심 개천에 대한 인문적 관찰 보고서”라고 정의한다. 수십 년 동안 도심 속 인간들이 만들어 온 정신문화가 한순간에 해체돼 버렸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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