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드라마’ 기록될 北 원자로 냉각탑 폭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7호 14면

북한의 핵신고 문제에 걸려 9개월간 답보 상태이던 6자회담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26일께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하고 곧이어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보고서를 의회에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4시간 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cooling tower)을 폭파하는 ‘이벤트’로 화답할 예정이다. 6자회담도 이달 내 재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눈길을 끄는 것은 냉각탑 해체다. 이미 CNN 등 방송 매체가 전 세계를 상대로 중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언론 매체의 현장 취재도 논의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방한하는 라이스 국무장관이나 미 정부 관리, 우리 당국자들의 현지 참관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북한의 냉각탑 폭파는 미국 내 강경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라인의 북핵 해결 방법이 핵무기 등 핵심이 빠진 협상이라며 견제구를 던지는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의 상징인 5㎿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해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만천하에 과시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지난해 천영우 당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힐 차관보에게 제안해 뒤늦게 북·미 간 성사됐다고 한다.

최근 북한이 냉각탑 폭파는 당초 핵시설 불능화의 리스트에 없던 ‘보너스’이므로 폭파비용+α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 당국자는 “비용 청구 여부는 분명치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북한의 입장에서 돈보다 더 큰 이익이 냉각탑 폭파에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비용 문제로 논란을 하다, 북측이 요구를 접었거나 일부 국가가 실비만 대는 식으로 덮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미 5㎿ 원자로 시스템은 대부분 불능화됐고, 냉각탑 내부 부품도 해체됐다. 관점에 따라서 핵 문제의 진전과는 무관한 ‘쇼’로 비칠 수도 있다. 북한은 2월 성조기와 인공기를 평양의 무대 위에 나란히 걸고 미 뉴욕 필하모닉을 초청해 전 세계에 연주 실황을 내보냈다. 그 동안 집착해 온 ‘돈벌이’가 아닌 정치적 이미지 제고 차원의 결단이었다. ‘쇼’의 잔상은 뇌리에 오래 남는다. 북한은 그걸 얻으려 하는 것 같다.



▶이번주
●22~28일 통합민주당, 전당대회 전국투어=충남·대전(22일), 경남·울산(23일), 전북(25일), 대구·경북(26일), 강원·충북(27일), 경기·인천(28일) ●2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대의원 명부 확정 ●28일 유명환 외교부 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회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