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축구 영웅 호날두의 매력 3S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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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85년 포르투갈의 섬 마데이라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도스 산토스 아베이루(Cristisno Ronaldo dos Santos Aveiro)라는 긴 이름을 붙였다. 호날두라는 두 번째 이름은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 배우이자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로널드 레이건의 이름을 땄다.

23년이 지난 지금 그 아이는 로널드 레이건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 됐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공동 개최하고 있는 유로 2008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는 모두 268명. 포르투갈의 윙포워드 호날두는 군계일학이다. 포르투갈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은 유로 2008이 호날두가 펠레와 마라도나의 뒤를 이어 세계 축구 황제에 등극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다른 선수와 다르다

해를 거듭할수록 축구는 삭막해졌다. 수비수ㆍ미드필더ㆍ공격수의 간격은 점점 좁아졌다. 공을 잡는 선수에게 순식간에 두세 명이 달라붙는 압박 축구는 현대 축구의 대세를 이뤘다. 축구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환상적인 개인기를 바탕으로 수비수 두세 명을 제치고 스스로 골까지 터트리는 펠레ㆍ마라도나 같은 판타지 스타는 등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중원에서 경기를 지휘하며 예리하고 창조적인 패스로 죽어 있는 좁은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지네딘 지단이 새로운 축구 스타의 전형으로 추앙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은 틀렸다. 호날두가 나타났다.

다른 선수는 공을 잡으면 패스할 생각부터 하지만 호날두는 공을 치고 달릴 때가 많다. 그가 공과 함께 질주하면 상대 선수는 긴장하고 관중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온다. 헛다리 짚기는 이영표도 즐겨 쓰는 기술이지만 호날두가 발을 휘두르는 장면은 마치 비디오 플레이어를 두 배쯤 빠르게 재생하는 것처럼 다이내믹하다.

발을 살짝 뒤로 돌려 뒤꿈치를 이용해 수비수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패스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슈팅’까지 때린다. 물론 다른 선수도 이런 기술을 연습 때 장난 삼아 시도하기는 한다. 호날두는 실전에서 한다는 게 다르다.

초등학교 축구에서 흔히 쓰는 전술이 있다. 월등하게 기량이 뛰어난 선수에게 무조건 패스를 하는 전략이다. 유로 2008에 출전하는 포르투갈의 전술도 그렇다.

유로 2008을 현지에서 관전하며 2010 남아공월드컵을 대비해 세계 축구의 흐름을 탐색하고 있는 하재훈 축구협회 기술부장은 “호날두를 십분 활용하는 전술은 현재 포르투갈이 펼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술로 보인다. 게다가 호날두도 과거처럼 자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 자신에게 수비수가 몰리면 빈 공간에 머물고 있는 동료들에게 찬스를 연결해 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출전한 감독들도 호날두가 현역 최고의 선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

강한 정신력

호날두의 외모만 보면 도무지 정신력이 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 누누 고메스, 시망 사브로자 등 포르투갈의 동료들은 “우리는 그를 잘 안다. 그는 정말로 진지하고 축구에 집중하는 선수”라고 말한다. 놀 때는 신나게 놀면서 전교 일등을 도맡아 하는 ‘공신(공부의 신)’처럼 호날두는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 사람이 달라진다. 100% 축구를 즐기고, 경기에 몰두한다.

지난해 호날두는 맨유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그때 한 꼬마 팬은 ‘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팀 동료인 루니와 다투었느냐’고 물었다. 호날두는 잉글랜드와 맞대결한 8강전에서 웨인 루니의 파울을 주심에게 고자질하며 강하게 어필했다. 루니는 결국 레드카드를 받았다.

루니는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듯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반면 호날두는 그 순간 포르투갈 벤치를 향해 미소와 함께 특유의 윙크를 날리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혔다. 포르투갈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잉글랜드가 들끓었다. 영국의 대중지 ‘선’은 호날두의 얼굴을 이용해 다트판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호날두의 생각은 단순하다. 호날두는 의문을 제기한 어린이 팬에게 “루니는 절친한 팀 동료다. 하지만 그때 나는 포르투갈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루니도 나를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축구장에 서면 오로지 팀의 승리만을 생각하는 게 그에겐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정신력이 강하다는 것은 고상하고, 도덕적이라는 것과는 다르다. 그는 매춘부와의 스캔들이 터진 이튿날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라운드에 나서 평소와 조금도 다름없이 공을 찬다. 마치 펠레와 마라도나가 복잡한 사생활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플레이를 펼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못 말리는 인기

팬들은 호날두가 말썽을 부리는 것까지 은근히 즐긴다. 호날두는 어느덧 축구뿐만 아니라 사생활까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셀러브리티(Celebrityㆍ유명인사)가 됐다. 스위스까지 원정 온 포르투갈 남자 팬을 살펴보면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살살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을 한 경우가 적지 않다. ‘호날두 룩’이다. 한 포르투갈 팬은 “이렇게 하면 축구는 호날두처럼 못해도 여자들한테는 점수 좀 딸 수 있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결코 실없는 소리가 아니다.
유로 2008 개막에 즈음해 독일 슈피겔지는 인터넷을 통해 유럽의 여성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출전 선수 중 가장 섹시한 선수를 뽑는 설문조사를 했다. 곱상한 미소년 같은 호날두는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 이탈리아의 파비오 칸나바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기차 안에서 들춰 본 독일 잡지 ‘모빌’에는 호날두를 모델로 한 광고가 실렸다.
호날두의 얼굴과 포르투갈 해안의 절경을 절묘하게 합성한 사진 아래로는 “포르투갈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골프 휴양지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축구와는 상관없는 포르투갈 관광청의 광고다. 호날두는 지금 포르투갈에서 만들어 낸 최고의 상품이다.

맨유냐 레알 마드리드냐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호날두와 2012년까지 계약했지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자존심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를 영입할 수 있다면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유혹했다.

호날두의 마음이 레알 마드리드로 기우는 듯하자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유로 2008이 열리는 스위스로 급파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퍼거슨 감독을 만나지 않았다. 맨유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레알 마드리드가 계약된 선수를 빼돌린다”며 항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궁지에 몰린 맨유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호날두를 보낼 수는 없다”고 버티고 있다.

호날두의 이적료는 사상 처음 1억 유로(약 1600억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적료는 구단과 구단 사이에 거래되는 금액이다. 호날두가 맨유에서 받는 급여는 주급 12만 파운드(약 2억4000만원)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18만 파운드(3억6000만원) 정도를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옮기면 이적료와 연봉에서 모두 세계 최고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남이야 뭐라고 떠들든 축구에 대해서만큼은 뻔뻔해 보일 정도로 집중력을 보이는 호날두는 이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로 2008에 전념하고 있다. 이적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지지만 그때마다 대답은 “대회 중에는 이적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는 짧은 한마디다. 지금 그의 관심은 세계 축구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일이다.

스위스(베른)=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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