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4월 18일 국내 쇠고기 시장을 4년 반 만에 전면 개방하는 내용의 수입위생조건 개정에 합의했다. 광우병을 유발하는 특정위험물질(SRM)을 제외한 모든 부위의 미국산 쇠고기를 연령 구분 없이 수입하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협상 결과는 큰 반발을 불렀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고 측돌기·횡돌기처럼 미국에서 SRM으로 규정돼 있는 품목을 수입하게 된 것이 가장 문제였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해도 수입을 중단할 수 없게 돼 있어 ‘검역 주권’을 포기했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협상이 타결되면서 시간에 쫓긴 졸속 협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급기야 시민들은 5월 2일부터 거리로 나와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지난달 미국과의 추가 협의를 통해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 ‘미국 국내산과 SRM 기준 통일’이라는 합의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정도로 상황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오판하고 지난달 말 쇠고기 고시 발표를 강행했다. 민심은 더욱 들끓었고 결국 정부는 지난 2일 고시를 관보에 게재하는 것을 연기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이 안 되게 할 것”이라고 뒤늦게 약속했다.
이때부터 통상 라인이 숨가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김종훈 본부장은 13일 미국으로 건너가 짐을 풀지도 못한 채 슈워브 대표와 추가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의 핵심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유통시키지 않겠다는 양국 수출입업체의 자율 규제를 어떻게 정부가 보증하느냐였다. 이미 맺은 협정이나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자 김 본부장은 16일 귀국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뉴욕으로 떠났다. 하지만 미국 측의 추가 협의 요청으로 김 본부장은 귀국을 미루고 2시간 만에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곡절을 겪었다. 17일 재개된 4차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 입장을 좀 더 수용한 양보안을 제시했고 마침내 양측은 일곱 차례의 공식·비공식 만남 끝에 19일 추가협상을 마무리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김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