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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 의문사 복어 독 때문 … 자살도 타살도 아닌 사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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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4월 27일 오전 7시38분 경기도 광주시 제2 중부고속도로의 한 갓길. 정차된 승용차 안에서 두 남성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이들은 원주의 한 골프장에 골프를 치러 가는 길이었다. 한 명은 의사 김모(50)씨, 다른 한 사람은 그의 고교 후배인 사업가 박모(48·골프의류 판매업)씨였다. 차 안에선 주사기와 먹다 남은 홍삼 드링크가 발견됐다. 타살 흔적은 없었다. 골프장 예약까지 한 사람들이 자살을 했을 가능성도 작았다. 사인을 놓고 의문이 증폭됐다.

수사 당국은 20일 두 사람 모두 ‘복어 독’에 의해 사망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시신에서 ‘복어 독’의 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자살도 타살도 아닌 실수에 의한 사고사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 명은 2주일 늦게 ‘복어 독’ 검출=지난달 29일 수사팀은 박모씨 한 사람에게서만 ‘복어 독’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숨지기 직전 들렀던 휴게소에서 수거한 주사기 주사바늘 캡슐에서도 복어 독 성분이 나왔다. 그러나 의사 김모씨에게선 이 독이 검출되지 않았다. 김씨는 사건 발생 3일 전 중국의 약품 회사 직원인 중국동포 박모씨에게서 500만원을 주고 테트로도톡신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김씨와 박씨 모두에게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국과수의 1차 검사 결과가 나오자 이들의 사인에 대한 의혹은 더 커졌다. 새벽에 일어나 골프를 치러 간 두 사람이 수면제를 복용했다는 점부터 이해하기 어려웠다. 두 사람이 숨졌는데 한 사람에게서만 복어 독이 검출되면서 수사는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박씨에 이어 김씨에게서도 복어 독 성분이 검출되면서 사인은 일단 규명됐다.

수사 관계자는 “당초 복어 독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던 김씨의 시신에서도 박씨보다 2주 정도 늦게 테트로도톡신 성분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극히 미량이어서 검출에 더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 김씨가 복어 독을 구입한 뒤 홍삼 드링크에 타서 박씨와 함께 나눠 마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복어 독을 먹은 이유는 여전히 미궁=경찰은 이들이 독극물을 함께 마신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추정은 두 사람이 주사기로 테트로도톡신을 홍삼 드링크에 주입한 뒤 함께 마셨다는 것이다. 하지만 맹독성 물질을 의사인 김씨가 왜 먹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경찰은 이들이 사건 당일 내기 골프를 하기로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가 내기 골프를 앞두고 복어 독을 각성제나 피로회복제로 잘못 알고 갖고 갔다가 복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씨가 중국동포를 통해 맹독성 물질을 구입한 경로도 수사 중이다.

김씨가 복어 독을 왜 구입했는지도 의문이다. 복어 독은 일부 말기암 환자들 사이에서 민간요법으로 쓰인다고 한다. 중국이나 북한을 통해 암암리에 들여오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말기암 치료와는 별 관련이 없는 이비인후과 의사다.

김승현 기자

◇테트로도톡신=복어 독의 주성분으로 알과 내장 등에 들어 있다. 무색·무미·무취이며 독성이 청산가리(시안화칼륨)의 1000배나 돼 극소량만 먹어도 성인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신경통·관절통·류머티즘에 진통제로 사용되며 최근에는 모르핀을 대신해 말기암 환자용 진통제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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