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거짓말도 때론 최선의 방책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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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거짓말의 딜레마
클라우디아 마이어 지음, 조경수 옮김
열림원, 303쪽, 1만3800원

“거짓말은 그 자체가 나쁠 뿐만 아니라 영혼을 악으로 오염시킨다.”(플라톤)

“거짓말로 속이는 것은 악당의 본성이다.”(키케로)

옛 현인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거짓말=나쁜 것’이라는 명제를 머릿속에 주입 당하며 살아왔다. 늑대가 진짜로 나타났지만 마을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 양치기 소년과 새장 속에 갖힌 채 하염없이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의 얘기를 읽고 들으면서 끊임없이 속으로 다짐했다. ‘Honesty is the best policy(정직이 최선의 방책)’라고.

그런데 현실에서는 ‘Honesty is the worst policy’일 때가 더 잦다. 전날 밤 외도를 한 남편이 아내에게 곧이 곧대로 고백한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상사의 면전에서 속마음을 솔직히 얘기한다면.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대하는 자녀에게 “그런 건 없다”라고 사실대로 일러준다면. 인간 관계는 급속히 해체되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독일의 거짓말 연구가인 마크 안드레 라인하르트의 말을 빌려 “거짓말=사회의 공동생활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책의 1~2장에서 거짓말의 필요성과 긍정적 효과, 거짓말이 만들어지는 매커니즘을 설명한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실망스러운 상황을 스스로 합리화하는 것 역시 거짓말(자기 기만)이지만 이런 과정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자기 자신을 잘 속이는 사람일수록 낙관론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거짓말은 사람의 말 속에만 있는 건 아니다. 저자는 ▶위작그림 ▶위폐 ▶위조품(일명 짝퉁) 등을 가리켜 ‘만질 수 있는 거짓’이라고 얘기한다. ▶먹이를 얻기 위한 ▶천적을 피하기 위한 ▶짝짓기를 위한 동식물의 행동도 ‘기막힌 속임수’로 묘사한다. 인간의 눈을 속이는 통계와 설문조사에 대해서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선의의 거짓말’ 이라해도 누군가에게 속는 것보다 더 언짢은 일이 있을까. 그렇다면 상대의 거짓말을 어떻게 잡아낼 것인가. 저자는 “거짓말의 수상한 신호를 알아챌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 방법은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씌어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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