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바다’로 신성장 돛을 달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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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식 블루오션도, 중국식 레드오션도 우리에게 맞지 않아요. 이제 두 가지의 혼합형인 퍼플(보랏빛)오션에서 신성장산업을 찾아야 할 겁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과 이민화 한국기술거래소 이사장은 중앙일보 후원으로 1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공학한림원 제47회 코리아리더스포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포럼 주제는 ‘희망을 주는 미래산업’이다. 퍼플오션은 경쟁자가 별로 없는 첨단산업인 블루오션과 경쟁이 치열한 기존 산업을 일컫는 레드오션에서 강점만 취하는 혼합형 산업을 말한다. 이들이 퍼플오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우리나라 시장이 미국식 블루오션을 창출하기에는 너무 작고, 레드오션은 중국 등 후발 개도국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퍼플오션 산업의 대표주자로 의료산업이 꼽혔다. 이 이사장은 “미국의 경우 의료서비스는 국내총생산(GDP)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최대 산업”이라며 “우리나라가 IT 융합기술을 이용해 완전한 디지털 병원을 만든다면 세계 의료시장의 상당부분을 잠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분야의 전 세계 특허를 한국이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그런 퍼플오션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민 부회장은 “태국이 의료산업으로 얼마나 많은 관광객과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가 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 중에서도 성형 분야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사례를 들었다. 그는 또 신성장산업을 제조업에서만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금융이나 농수산업도 훌륭한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의장을 맡은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한국 정부는 잘나가고 있는 일등 산업을 더욱 육성할 생각을 안 하고 자꾸 다른 것을 벌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일등 산업은 더욱 육성하고 동시에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일본의 조선산업이 한국에 밀린 원인으로 우수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현재 세계 일등 산업인 한국의 조선산업을 계속 잘나가게 하려면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정부의 육성 의지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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