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CoverStory] 세련된 밥집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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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테리어만 예쁘다고 ‘모던 한식당’은 아니다. ‘현대적’이라는 말 속엔 그간의 한식집이 지나쳐 왔던 부분들을 ‘업그레이드’했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첫째 특징은 와인과의 조합이다. 와인의 세련된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 외에 ‘밥만 먹고 땡’ 일어서는 한식당의 한계점을 넘어서려는 현실적 포석이다. 상대적으로 싼 식사와 비싼 안주로 메뉴를 나눠 매상을 올리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아예 식당 건물 한 층을 와인 바로 만드는 곳도 있다.

둘째는 ‘선택과 집중’이다. 모던 한식당은 코스 요리의 한정식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한 종류의 음식에 신경을 쓴다. 비빔밥·보쌈·곰탕 등 대표선수 하나를 내세운다. 상을 꽉 채우는 한정식이 부담스러운 이들이 주 공략 타깃이다. 그래서 기본 반찬은 김치 외에 나물·장아찌 등 세 가지를 넘지 않게 차린다. 레스토랑 컨설턴트 강지영씨는 “과거에도 현대적인 한식당이 유행했지만 퓨전식만 좇다가 비싸다는 꼬리표만 남겼다”며 “모던 한식당은 전통 조리법을 최대한 지키면서 소스 등으로 독창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는 그릇이다. 고전적이지만 세련됐다. 백자를 쓰는 일반 한정식집과는 사뭇 다르다. 곰탕·비빔밥을 담아낸 묵직한 놋그릇, 색깔 고운 전이 놓인 쪽빛 사기그릇은 탐까지 난다. 음식을 내는 모양새도 다르다. 보쌈을 내놓더라도 ‘푸짐하게’보다는 ‘예쁘게’ 세팅한다. 맛만큼 멋을 따지는 젊은 층의 취향에 맞췄다.

이런 시도들은 대부분 경험의 산물이다. ‘나물 먹는 곰’은 ‘어머니와 고등어’ ‘며느리밥풀꽃’으로 이미 성공을 거둔 김진한씨의 새 ‘프로젝트’다. ‘어머니와 고등어’가 가정식 맛으로만 승부를 걸었다면 이번엔 분위기 있는 한식당을 컨셉트로 삼았다. ‘루나’는 신사동에서 바 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서재완씨의 두 번째 도전이다. 또 ‘모던밥상’은 가수 싸이의 어머니가 ‘콰이19’에 이어 문을 연 곳이다.

글=이도은·이영희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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