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통상관계 새해에도 험난-美 大選앞두고 업계 목소리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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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멀고 험난한 길』.96년의 한-미 통상관계를 전망하며 실무자들이 내리고 있는 진단이다.현재 한-미간에 특별히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통상현안은 없지만 새해 들어 맞닥뜨리게될 미해결 과제나 주변 상황들은 한결같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내년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11월에 있을 미국의 대통령 선거다.전통적으로 선거때가 되면 의회는 물론 행정부도 대외문제 접근에 있어 강성으로 바뀌는 것이 상례다.게다가 미의회는 갈수록 보호무역주의및 신고립주의 경향을 더해가고 있는 중이다.특히 공화당의 당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70여명의 초선의원들은 『국익 수호 차원에서 보호무역 원칙이 적극채택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행정부쪽 동향도 심상치않다.
미무역대표부(USTR)나 상무부는 『빌 클린턴의 재선을 위해서는 고질적인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인식이 투철하다.이에 따라 96년에는 미국의 수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이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특히 미국정부는 한국등 고속 성장 개도국 10개국에 대한 수출확대정책을 공언하고있다.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등 다자간 협상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도 96년의 전도를 어둡게하는 요소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기구(AEI)의 앤 크루거(스탠퍼드대 교수)대표는 미국이 『다자간 무역협정체제보다 쌍무협정이나 일방적이고도 보복적인 무역정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를 앞두고 업계쪽의 발언권이 커지는 것도 한국 입장에서는부담이 될 수 있다.워싱턴의 한 통상관계자는 『철강이나 자동차.섬유 등이 전통적으로 선거때가 되면 목소리가 높아지는 업종』이라며 『행정부가 업계의 입장을 반영하려들 경우 통상 압력의 대상으로 한국같은 나라가 희생양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무역장벽을 거론할때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뇌물등 부패관행,내년 1월 WTO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인 환경,노동문제및 금융개방 문제등도 내년도 대미 통상 협상을 진행하는데 있어 부담을 줄 여지가 있는 장애물로 인 식되고 있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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