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타민] “버스 중앙차선은 함부로 끊어선 안 됩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 동작구 A아파트 단지는 시흥대로와 붙어 있다. 그러나 시흥대로에서 단지 정문쪽으로 바로 좌회전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아파트 400여 가구 주민이 차량을 이용할 경우 좀 더 주행한 뒤 U턴을 해 정문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이후 시흥대로에 버스중앙차선이 생겼다. 그러자 U턴마저 금지됐다. 주민들은 P턴을 하면서 200m 정도를 더 돌아야 아파트 정문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주민들은 동작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구청은 아파트 정문 근처에 좌회전 차선을 설치한 뒤 인근의 S사 주차장 부지를 포함시켜 진입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S사는 “도로 중간을 끊고 좌회전 차로를 설치하는 것은 버스중앙차로제의 취지와 맞지도 않는데 우리 회사 소유 땅까지 도로로 수용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수석부장판사 김인욱)는 S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좌회전 뒤 S사 주차장을 지나지 않고 아파트 후문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는데 구청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도시계획 취소 판결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이어 “버스중앙차로제 실시로 아파트 주민들이 돌아가야 하는 거리는 200m에 불과해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공익을 고려했을 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U턴 금지로 인한 주민 불편이 정말 크다면 이를 허용해서 해결할 일이지 도로 중간에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되는 좌회전 차선을 설치하고 개인의 토지를 수용해 도로를 설치하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에 기대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