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 6800만원이 적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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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자신들의 연봉(의정비)을 8000만원대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이들은 연간 6804만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는데, 내년엔 20% 정도 더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17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후반기 시의회 의장을 뽑기 위한 한나라당 내 경선에 출마한 5명의 후보는 일제히 ‘의정비 현실화(인상)’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시의회는 전체 106석 중 한나라당이 100석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18일 오후 치러지는 당내 경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의정비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장 재선을 노리는 박주웅(동대문3 선거구) 현 의장은 최근 보도자료에서 “의정비를 8200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논란이 일자 그는 “3급 공무원 수준의 연봉은 받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구체적 금액은 의정비 심의위원회가 정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김기성(강북4) 부의장은 “경기 도의원은 연간 7252만원을 받는데 서울은 지난해 의정비를 동결했다”며 “지난해 전국 지방의회 평균 인상률인 2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일(성북2) 의원은 “솔직히 지역 경조사를 뛰어다니다 보면 집에 가져가는 돈은 한 달에 100만~200만원에 불과하다”며 “국회의원과의 형평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귀환(광진2) 의원은 “의원들의 신분 보장을 위해 2급 공무원 수준의 연봉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인(도봉1) 의원은 “의정비는 법정 의정활동비와 월정 수당으로 나뉘는데, 이 중 의정활동비를 현재 월 150만원에서 250만원 이상으로 올리도록 행정안전부에 건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하연섭(행정학) 교수는 “시민들은 고유가로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시의원들이 연봉을 20%나 올리려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꼭 올려야 한다면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법에서 정한 의정비 심의위원회의 심의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며 “시의원들이 막연히 고급 공무원 수준의 연봉을 받겠다고 나선다면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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