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환경.인구.주택관련書등 발간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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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방자치제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연대감과 지역사랑을 높여줘 좋다. 최근 지역문화 발굴이 붐을 이뤘던 것도 그렇고 우리나라 도시가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교통.환경.인구.주택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는 것도 그런 지역사랑의 결실이다. 쾌적한 도시가꾸기가 관심을 끄는 것은 생활수준이 높아짐에따라 국민이 성장위주의 물량주의보다 삶의 질에 우선 가치를 두는 쪽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또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도시 경쟁력의 바탕이 컨벤션센터 등의 확보가 아니라 맑은 물.깨끗한 환경.원활한 교통소통이 보장되는 쾌적함이란것이 확인된 것도 그 한 배경이다.
지난 94년부터 도시문제를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해온 한국도시연구소가 펴낸 『수도권 들여다보기』(한울 刊)는 사회.경제.정치.금융.교육 등 거의 전분야의 중추기능이 밀집한 수도권 문제의 실상을 분석한 책.인구.주택.환경.교통.사 회복지문제 등을 망라한 이 책은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을 제시한 자료집의 성격이 강하다.이 책에 나타난 수도권 집중현상을 살펴보자.인구의 경우 지난 93년 말 현재 총인구 4,500만명중 44.5%가량인 2,000만명이 수도권 에 밀집돼 있다.사업체는 이보다 더 심하다.92년 말 현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14만8,000개중 58%인 8만6,000여개가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은 『수도권문제의 해결에는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국민 삶의 질에 대한 욕구 외에 통일후 수도권의 역할까지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서울을 생각한다」라는 특집을 다룬 계간 『사상』겨울호도 서울의 도시환경 실태를 조목조 목 짚어내고있다. 남산이나 북한산에 올라보면 잿빛 아파트와 빌딩이 무질서하게 뒤엉켜있는 서울의 무질서한 모습은 실로 안타깝다.
미국의 도시계획 대가인 에드먼드 베이컨의 『도시디자인+도시언어』(조대성 외 옮김.누리에 刊).조대성 성균관대교수의 『사람의 도시 건축과 환경』(누리에 刊).문화비평모임인 나라정책연구회의 『옷을 갈아입는 아파트』(열린세상 刊)등은 바로 도시계획과 건물디자인의 개선방향을 모색한 책들.미국 필라델피아시를 아름다운 도시로 탈바꿈시킨 주역의 한 사람인 베이컨은 이 책에서그리스 밀레토스,이탈리아 로마,프랑스 파리 등의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그 도시가 아름답게 비치는 요소를 쉽게 풀어내고 있다.
그의 심미안에는 건물이 지면에서 솟아오르는 방식,하늘에 비치는 모양,계단을 이용한 오름과 내림은 물론 건물과 그 건물을 이용할 인간과의 관계까지 잡힌다.고대 로마의 기념비적 건축물들이 주춧대를 사람의 손길이 닿을만한 높이로 낮춘 것도 건물과 사람을 연결하기 위한 고안이라는 설명이다.
『옷을 갈아 입는 아파트』는 국내 각 도시의 주요 건축물을 돌면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인천의 자유공원에 세워진 맥아더동상을 분석한 부분을 보면 느껴지는 바가 많다.동상의 미적인 면은 따지지 않더라도 외국인의 동상을 그처럼 크게 세워놓은 나라도 드물다는 것이다.
한편 도시건축 전문가들의 모임인 용마루모임에서 펴낸 『우리의도시주거』(미건사 刊)는 주택마저도 소비재화 돼가는 대중소비사회에서 바람직한 주거공간과 주택 디자인을 모색한 책이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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