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自體 특색살려 번영 이뤘다-일본 오이타현 一村一品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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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교통.교육등 부문별로 선진국 인프라(사회간접자본)시찰을 실시하고 있는 중앙일보는 공무원.교수.기자등 22명으로 시찰단을 구성,지난달 29일부터 지난 8일까지 일본과 대만의 지방자치현장을 둘러봤다.그중 일촌일품(一村一品)운동으로 유 명한 일본 오이타(大分)현의 지방자치 성공사례와 시찰후 가진 참석자 종합평가회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註] 일본 남서쪽 오이타현 오야마(大山)마을.이 마을은 해발 100~600의 산악지가 대부분으로 경지면적은 전체의10%밖에 안된다.
또 밤낮의 기온차가 커 벼.보리농사도 잘 안돼 60년대초까지만 해도 현내 47개 마을중에서 가장 소득이 낮았다.젊은이들이모두 도시로 떠났다.그러나 이 지역 주민들은 「내 고장을 내 손으로」라는 정신으로 똘똘 뭉쳐 마을을 잘사는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정부가 한창 쌀 증산운동을 전개하던 61년,마을 공무원과 일부 주민이 나서서 거꾸로 쌀추방운동을 시작했다.
이 마을(町) 야리미즈 요시유키(쟁水禧行)총무과장은 『지형조건이 나쁘기 때문에 쌀은 생산해봐야 다른 지역보다 항상 불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고 술회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1차 NPC(New Plum and Chestnut)운동」이다.수익이 높고 작업이 간편한 매실과 밤을 재배,가공해 팔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이 당시의 구호는 「매실과 밤을 심어 하와이 구경가자」였다. 예상은 적중했다.가구당 연평균 소득이 5년만에 19만엔에서50만엔으로 급상승했다.인구 4,300명,면적 45.7평방㎞밖에 안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지역차별화 전략」에 일찍 눈을 뜬것이었다.
주민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67년부터는 인재개발에 역점을 두는 「2차 NPC(Neo Personality Combination)운동」을 전개했다.현재는 주민들의 「삶의 질」향상에 중점을 두는 「3차 NPC(New Paradi se Community)운동」을 추진중인데,주 3일 쉬는 농업을 실현하는게 주민들의 목표다.
이 마을은 일본 일촌일품운동의 시발지인 오이타현내 47개 마을(町.村)중에서도 이제 주민소득이 가장 높은 곳이 됐다.현재가구당 연평균 소득이 500만엔(약4,000만원)에 달한다.한주민은 『일본내 3,324개 자치단체중 주민들 의 해외여행 경험이 가장 많아 현재 전체 주민의 절반이상이 여권을 갖고 있다』고 자랑한다.야리미즈 과장은 『앞으로 지역개발의 중점을 「도시와 농촌의 공생(共生)」에 두려고 한다』며 『농촌은 복잡한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도시사람들은 농촌을 체험하며 농산물을 사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오이타현내의 유후인(湯布院)마을(町).온천 지역인 이 마을은 60년대에 마을지도자들이 인근 온천도시인 벳푸(別付)시를 그대로 본떠 관광지를 조성했다.그러나 온천규모가 작고 교통도 불편한 탓에 벳푸의 그늘에 가려 퇴락한 지역이 됐다.
이 마을 쓰루오카 마사아키(鶴岡正昭)총무과장은『70년대에 지방자치가 본격화하면서 주민들이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고 생각,벳푸와는 차별화된 관광지로 일궈나갔다』고 말한다.당시 온천지에서유행하던 네온사인을 철거하고 「조용한 휴양지」의 이미지를 조성해 나갔다는 것이다.또 전국에서 처음으로 자연환경보호조례와 주거환경 보전조례를 제정,유후인에는 벳푸와 같은 각종 환락시설과공장이 들어설 수 없다.
여기에 도시에서 돌아온 영화감독등 이 지역출신 인사들이 각종문화이벤트를 개발해 관광지로 유명해졌다.127평방㎞에 인구 1만2,000여명의 작은 지역이지만 연간 370여만명의 관광객이일본 각지와 외국에서 몰려든다.
8월말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유후인영화제」가 마을의 조그마한 공회당에서 5일에 걸쳐 열린다.해당 영화에 출연했던 출연진이 심포지엄도 개최해 인기다.
유후인에서는 이밖에 고요한 산마을에 바하.브람스등의 아름다운선율이 울려퍼지는 「유후인 음악제」,「소울음소리 흉내내기 대회」등 이색적인 행사가 연간 20회정도 열린다.
79년 오이타현 지사로 당선된 히라마쓰 모리히코(平松守彦)는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일촌일품운동을 전개,현내 각 지역이 대표상품을 육성해 지역이 발전됐다.오이타현의 일촌일품운동은 현재 289종에 판매액도 94년 한햇동안 1,280 억엔(약1조원)에 달했다.
오이타=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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