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대탈주! 동료들이 폭탄·로켓포 등 중화기 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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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탈레반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 있는 사르포사 교도소. 무너진 교도소 건물 주변에 부서진 차량들이 널브러져 있다. [칸다하르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오후 10시.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의 사르포사 교도소.

칠흑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던 교도소 정문에서 갑자기 대형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곤 높다란 교도소 담벼락 여기저기에서 콩을 볶아대는 듯한 총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의 함성과 화약 냄새. 정적만 가득하던 교도소 주변은 혼란으로 뒤덮였다. 누군가 “탈레반이 쳐들어왔다”고 외쳤다. 탈레반 게릴라 30여 명이 사르포사 교도소를 공격해 탈레반 390명 등 죄수 870여 명을 탈출시켰다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이 교도소에는 탈레반 400여 명을 비롯해 총 1150명의 수감자가 수용돼 있었다.

탈출작전의 시작은 자살폭탄 테러였다. 폭탄을 가득 실은 트럭이 교도소로 돌진해 담장과 정문을 부쉈다. 다음에는 로켓포 등 중화기를 동원한 탈레반 대원 30여 명의 공격이 이어졌다. 로켓탄 공격이 이어지면서 죄수들이 갇혀 있던 건물 외벽도 무너져 내렸다. 그러자 죄수들은 앞다퉈 교도소 담장 밖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9명이 숨지고 십수 명이 다쳤다. 수십 명의 죄수가 교도소 담장 밖에 대기하고 있던 소형버스들을 타고 탈출에 성공했다.

교도소 습격사건이 발생한 칸다하르는 탈레반의 주요 거점이다. 지난 2년간 미군과 캐나다군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과 탈레반 반군 간의 교전이 끊이지 않았다. 허를 찔린 연합군과 아프간군은 탈주자를 잡기 위해 대대적인 추격작전을 벌이고 있다. 아프간 관리들은 “수색작전 결과 반군 15명 이상을 사살하고 도주한 수감자 20여 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도 15일 기자회견에서 “(인접국인) 파키스탄 내 탈레반 반군을 궤멸시키기 위해 아프간군이 국경을 넘어 공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탈레반이 수시로 국경을 넘어와 아프간 국민과 연합군을 살해하고 있다”며 “아프간도 자위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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