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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총파업이 스포츠 경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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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파업은 노동계가 택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다. 따라서 파업 결정에는 신중함이 필수적이다. 해당 기업과 동종 업계는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규모의 총파업이라면 파급 효과에 대한 심각한 고려와 진지함이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에는 이 같은 진지함이나 고민이 결여된 것 같아 걱정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투쟁을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축구처럼 하고 싶었는데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먼저 시작해 종목을 야구로 바꿨다”고 말했다고 한다. 화물연대가 1번 타자로 이미 나서 건설노조가 2번, 주력인 4·5번 타자는 금속노조와 철도노조가 맡기로 했다는 것이다. 연쇄 총파업으로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작전’도 공공연히 밝혔다. 아무리 설명을 위해서라도 총파업을 놀이 대상인 운동경기와 연결 지은 것은 노동운동의 치열함과 국가 경제의 심각성을 가볍게 여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16일 총파업 돌입 시기를 결정한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기사들로 구성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와 한국노총 전국건설기계노조는 16일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건설노조·금속노조·철도노조도 파업을 계획 중이다.

정당하고 적법한 노동운동은 노동자들의 권리이다. 하지만 총파업은 ‘운동경기’나 ‘게임’에 비유될 정도로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적어도 전국 규모의 노조 지도자라면 그들의 생각과 정책 결정의 배경에는 나라 경제나 업계 현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 고민이나 진지함 등이 녹아 있어야 한다. 이 나라 경제 사정은 운동경기 삼아 총파업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