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만 상대한 CEO 이명박, 소비자 관점 없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6호 11면

-재·보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도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민심이 무섭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민주당이 너무 오랜 기간 철저하게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것을 회복하는 것도 그만큼 길고도 어려운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부지리로 얻은 지지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엄청난 압승을 거뒀지만 우리의 지속적인 지지 토대가 되지 못했지 않았나. 그건 현 집권 세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10년 만에 야당 된 민주당 첫 원내대표 원혜영

-현 정부의 위기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보나.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것은 경제를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측면에서 전혀 성과가 없고 오히려 일방적인 통치행위를 보여 줌으로써 불신이 생긴 것이다. 영어몰입교육을 주장한 데 이어 ‘고소영’ ‘강부자’ 내각을 뽑아 놓고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하니 돈 없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베스트 축에도 못 끼나 하는 소외감을 느꼈다. 시장친화적이라고 표방한 경제정책은 서민·중소기업과는 상관없는 대기업 재벌 위주의 정책이 돼 버렸다.”

-현 집권세력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통령의 CEO 리더십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참된 의미의 소비자를 고객으로 삼아 기업을 경영해 본 경험이 없는 분이다. 현대건설의 고객이 누구였나. 정부 관료, 은행, 권력기관, 정치인 이런 사람들 아니었나. 일반 소비자가 고객은 아니었다. 그래서 일반 고객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훈련은 안 되어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박영준 청와대 비서관 사이에 갈등이 있었는데.
“대통령의 인사 원칙이 잘못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인사를 잘했는데 누가 감히 권력을 사유화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인사에 있어 개인적으로 경험하고 검증한 자원의 틀을 벗어나고 ‘고소영’ ‘S라인’ 논란이 없는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활동무대로서 국회가 아닌 거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일해야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국민의 요구를 대변하려는 야당과 정부의 입장 차가 너무 크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개원 자체를 쇠고기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원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의 입장이 어정쩡하다는 평가도 있다.
“인정한다. 국민의 요구를 일찍 심도 있게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의 반시대·반민주적인 인식과 대응이 큰 걱정이지만 국민의 눈에서 보면 ‘오십 보 백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원내 복귀 문제는 잘 풀릴까.
“과거처럼 여당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희망은 있다고 본다.”

-개원 조건은 무엇인가.
“정부가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쇠고기 재협상에 나서거나 한나라당이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받는 것이다. 사실 재협상 결의안 자체는 구속력이 없다. 그리고 30개월 이상 수입금지, 광우병 발생시 검역주권 발동, SRM 수입 금지 등 국민이 원하는 내용들이 담기지 않는 재협상은 아무 의미가 없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나.
“아주 정치적인 감각이 좋고, 자유로운 구상을 가지신 분이다. 하지만 국민이 여당에 대해 보내는 명백하고 분명한 사인을 외면한다면 홍 대표도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미 FTA는 어떻게 되나.
“지금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쇠고기 문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하는데 그거야말로 제 눈의 전봇대를 모르는 것 같은 한심한 인식이다. 대불공단 전봇대를 뽑는 것보다 자기 눈과 마음의 전봇대를 뽑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쇠고기 문제는 한·미 FTA뿐 아니라 모든 정부 정책을 가로막는 거대하고 집채 같은 바위인 것이다. 쇠고기 문제가 해결된다면 FTA는 국익의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개헌에 대한 생각은.
“21세기 대한민국의 틀을 규정하기 위해 환경·국민주권·남북관계 문제 등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권력구조에 관해서는 5년 단임제의 무책임성과 불안정성이 현재 공통의 문제의식인 것 같다. 그것을 토대로 하되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될 수 있다면 이원집정제나 내각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문학진 의원이 일부 지도부를 향해 ‘차라리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라’고 했는데.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일하는 정당이 돼 가는 과정이 중요하지 과거에 어느 당 출신인지가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열린우리당 출신이냐 개혁당 출신이냐 과거 민주당 출신이냐로 한없이 쪼개질 것이다.”

-7월 전당대회에서 뽑힐 당대표는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한다고 보나.
“지난 대선에서 우리 당은 여러 가지 정치적인 변화를 겪었고 총선 직전에 민주당과의 통합을 통해 큰 틀의 변화를 완료했다. 하지만 내용적인 변화는 아직 불완전하다. 이번 전당대회는 그동안 전개된 통합과정을 화학적으로 완성하는 행사가 돼야 하고, 당 대표는 그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1981년 ‘풀무원식품’을 창업했는데.
“당시 나는 감옥 살고 나오고 아내는 신문사에서 해직된 상태였다. 아버지가 풀무원 농장을 했는데 우리나라 최초로 유기농업을 하는 곳이었다. ‘비즈니스 모델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시작했고 반응이 좋았다. 고객의 요구에 주목하고 부응해 상품을 개발하고 품질을 개선해 간 것이 성공의 요체였다.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포착해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