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협상하면 쇠고기 안전성 의심받을까 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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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10면

미 정부·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쇠고기 재협상 가능성을 논의하고 13일 귀국한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가운데). 연합뉴스

황진하 한나라당 쇠고기대책 방미단장은 14일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미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에게 한국민의 우려를 전달하고 이해시킬 수 있었다”며 “그러나 ‘재협상’이라는 용어로 협의를 진행할 경우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황 단장은 9∼13일 방미 기간 중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존 순 사우스다코타주 상원의원 등과 면담했다. 황 의원은 “미국 측 인사들은 ‘한국 측과 재협상할 경우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미국 쇠고기가 마치 불안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 않느냐’는 고민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황 의원과의 주요 일문일답.

쇠고기 논의하고 귀국한 황진하 한나라 방미단장

-미 정부 인사들이 한국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
“웬디 커틀러 USTR 부대표 등은 한국의 쇠고기 관련 시위를 주목하고 있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얘기를 한다. 방미단의 설명도 긍정적으로 본다.”

-재협상 수용 의사도 보이는지.
“그 부분은 완강하다. 기본적으로 양측이 머리를 싸매고 합의한 건데 재협상을 하자고 하면 합의 정신은 어디로 간 거냐는 얘기다. 또한 재협상이 가져올 여파를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미 FTA가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진 것이지만 부분적으로는 다양한 불만이 있다. 재협상을 한다고 하면 쇠고기뿐 아니라 자동차·쌀까지 다 흔들린다는 걱정을 하더라.”

-미국 인사들도 불만을 말하는 경우가 있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상당히 불만스럽게 생각한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은 과학적으로 검증됐는데 왜 유독 한국 사람들만 위험하다고 말하느냐는 주장이다. 그들은 한국 국민에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잘못 알려진(misinformed) 사실이 많다고 말한다.”

-거기에 어떻게 대응했나.
“우리는 식생활 문화의 차이를 강조했다.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와 달리 소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장과 꼬리까지 다 먹는다는 점을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서 잘 안 먹는 부위에 대해서도 걱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상당한 반감을 보였던 의원들도 이 같은 설명을 들으며 조금씩 이해해 가는 모습이었다.”

-민간 차원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자율 규제하면 정부가 인도스(endorse·보증)를 하는 방안에 미국 의원들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는데.
“미국 상·하원 의원 8명을 만났는데 한국 측 사정을 설명하자 이들도 여러 가지로 협조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민간 차원의 자율 규제를 정부나 의회가 존중할 수 있다는 점까지는 양보한 것이다.”

-그 부분은 이견이 없는 건가.
“그렇진 않다. 정부나 의회의 인도스 수준에서도 양국 간 시각 차는 있다. 우리는 강한 수준을 희망하지만 미국은 시장경제를 중시하기 때문에 민간의 협의에 정부가 속박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따라서 이 부분도 쟁점이 될 것이다.”

-재협상이 이뤄질 수는 없나.
“미국 측 인사들은 우호적으로 얘기하다가도 재협상이라는 용어가 나오면 상당한 거부감을 표한다. 만약 실제로 우리가 효과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재협상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문제를 어렵게 만들 것 같다는 느낌이다. 우리가 이 용어를 고집하면 합의가 쉽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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