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쇠고기 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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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이들이 만든 촛불 이제 우리가 들불로 세상을 바꾸자.”(ID ‘꿈을 꾸며’)

“회사 손실을 통해 정부를 혼내주겠다는 얘기인가.”(ID ‘전화기’)

현대차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한·미 쇠고기협상 문제로 10일 2시간의 잔업거부를 한 데 이어 12~13일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자 노조 홈페이지에 격렬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파업 찬반투표는 민주노총 지침에 따른 것으로 ‘광우병 쇠고기 협상 전면무효화 및 재협상’ ‘한반도 대운하 반대’ ‘기름값 및 물가폭등 저지’ 등 여러 가지 명분을 내걸고 있다. 지난달부터 벌여온 임금협상과 관련된 명분은 전혀 없다.

12일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한 노조원(ID ‘구경꾼’)은 “국제유가 급등, 물가불안으로 자동차시장이 위기인데 회사 문제가 아닌 정치 문제에 희생을 자처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더 이상 정치적인 파업에 동원되면 우리는 죽고 국민도 용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업찬성’은 “파업투표가 부결되면 우리가 국민적 저항투쟁으로부터 격리돼 여론의 도마에 오른다”며 찬성을 촉구했다.

현대차 파업에 대해 울산시민들은 대체로 싸늘하다. 주부 이정희(43· 울산시 연암동)씨는 “지난해 단체협상을 무분규 타결로 끝내 시민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나 싶더니 1년도 못 가 고질이 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노조가 정치적 이유로 파업을 벌인 것은 지금까지 다섯 차례. 1996년 정갑득 전 위원장(현 금속노조 위원장) 시절 노동법 개정을 촉구하며 20일간 파업을 벌인 것이 시초였다. 지난해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명분으로 이틀간 정치파업을 벌이다 노조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단체협상을 무분규로 타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치파업으로 현대차는 지금까지 35일간 11만1324대의 자동차 제조에 차질을 빚어 1조792억원의 생산손실을 봤다.

현대차노조는 상당수 조합원의 정치파업 반대 움직임을 의식한 듯 “잔업은 정상근무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10일 잔업 거부는 파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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