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나를 위한 ‘맞춤’ 관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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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웰빙열풍과 함께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건강하게! 오래살기!”를 기치로 노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노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무릎관절의 통증이 보행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2차적 문제까지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행성관절염 초·중기에는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운동요법은 물론 관절내시경시술이나 연골이식술 등의 수술적 방법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연골이 닳아 없어진 퇴행성관절염 말기에는 위와 같은 방법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때에는 망가진 무릎관절을 대신할 인공관절을 끼우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하게 된다. 닳아 없어진 연골을 대신하여 특수 합금과 고강도 폴리에틸렌, 세라믹 등의 재료로 만든 인공 제품으로 연골을 대체하는 것이다. 삽입된 새로운 관절은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없애고 관절의 운동을 원활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와 더불어 인공관절 수술 빈도가 증가하고 있고, 이중 85%가 여성 환자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근육의 부피가 적고 강도가 약해 관절에 무리를 많이 받는 외에도, 쪼그려 앉아서 하는 가사노동이 잦기 때문이다.

여성의 관절은 남성의 관절과 구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성의 무릎 관절은 남성의 관절에 비해 전반적인 크기가 작고, 가로 폭이 좁아 관절모양이 원형보다 타원형에 가깝다. 이러한 차이는 무릎이 큰 환자들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또한 남성의 무릎 앞부분은 볼록한 데 반해 여성의 관절은 상대적으로 덜 나와 있어 납작코의 모양을 띤다. 관절이 구부러질 때 맞닿는 홈의 방향도 여성의 경우 보다 무릎 바깥쪽으로 길게 나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인공관절 제품은 여성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남성과 여성의 평균치를 근거로 해 제작된 것이 대부분이다.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센터 제진호 소장은 “이렇듯 여성과 남성은 무릎 모양에 차이가 있지만 인공관절 치환술에 쓰이는 제품들은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구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 환자들이 통증을 느끼거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는 마치 여성이 남성복을 입는 것과 같은 이치”라 말했다.

이에 여성 환자들의 불편에서 착안하여 여성용 인공관절이 최근 개발되었다. 국내에서는 2007년 4월부터 여성용 인공관절을 이용한 인공관절 치환술이 시술되기 시작했다. 수술 과정은 기존의 수술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릎을 절개하여 닳은 연골을 깎아내고 새로운 인공관절을 끼워 넣는다. 다만 수술 과정 중 관절의 모양과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해 최적 사이즈의 인공관절 제품을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로써 환자의 원래 관절 형태에 근접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수술 후 무릎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무릎 앞쪽에서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현저히 줄어 만족도가 높다.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센터에서는 2007년 4월부터 여성용 인공관절을 이용하여 현재까지 약 300건의 수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 후 자력으로 보행이 가능한 시기가 기존 인공관절을 이용하여 수술한 경우보다 평균 1.2일 정도 단축되었고, 무릎을 130도까지 구부릴 수 있는 시기도 2일 정도 단축되었다. 기존의 인공관절보다 여성용 인공관절을 이용한 수술이 회복속도 면에서도 더 유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입원기간도 2-3일 정도 줄었으며, 수술 후 심한 통증이나 붓기를 호소하는 환자들도 현격히 줄었다.

제진호 인공관절센터 소장은 “인공관절의 움직임 또한 자연스러워져 무리가 가지 않아 장기적인 수명연장도 가능할 것”이라며, “여성용 인공관절을 이용해 재수술 확률을 낮추는 것은 물론, 인공관절의 수명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제진호(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센터 소장)

조인스닷컴 김진경(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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