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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20% 5년간 세금 100만원도 안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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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7대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자 1175명 중 231명(19.7%)이 5년 동안 세금(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을 100만원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자 10명 중 2명 가까이 1년에 세금을 20만원도 내지 않은 셈이다.

20억원 이상 재산가의 5년간 납세액이 1만원대인 경우도 있다. 31명의 후보는 5년간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물론 세금 한푼 안 낸 후보들도 선관위 등록을 위한 기탁금 1500만원은 냈다.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또는 재산신고 누락의혹이 제기되는 후보들도 있다.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가 총선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22억원 재산에 세금은 1만4000원?=현역의원인 한나라당 김무성(부산 남을)후보는 101억9000여만원의 재산으로 전체 후보 중 재산순위가 10위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세금은 5600만원만 냈다. 연간 1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열린우리당 노영민(청주 흥덕을)후보도 재산이 11억1500만원이라고 신고했으나 세금은 연간 100만원 조금 넘게만 냈다. 두 사람의 납세액은 11억7000여만원의 재산으로 7117만원의 세금을 낸 열린우리당 박원훈(부산 금정)후보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이렇게 재산 규모와 납세액 순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金의원은 이에 대해 "재산 대부분이 주식.채권으로 재산세.종토세 부과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盧후보 측도 "재산의 상당액이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비영리 주식"이라며 "특히 사업소득은 법인세로 나가 이번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매달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봉급생활자의 상식으론 납득키 어려운 경우도 있다. 천안을에 출마하는 무소속 안선원 후보는 재산이 22억7000여만원이다. 모 회사의 고문으로도 있다. 그러나 그의 5년간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의 납부액 합계는 1만4000원이다. 安후보는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설묘지 허가권(19억8000만원)이 재산세 과세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고문료 또한 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세금을 체납한 후보는 41명이다. 자민련의 안준범(대구 수성을)후보는 지난 5년간 한번도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제때 내지 않았다. 다 합쳐서 70만원도 안 되는 액수다. 安후보는 재산이 3억7000만원이 넘는다고 신고했다. 安후보 측은 "재산의 절반 정도가 경매에 넘어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국 각 지역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 '전국구' 후보도 있다. 수도권에 출마한 민주당의 모 후보는 재산의 대부분이 전국 각지에 분산돼 있는 부동산이다.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서울.부산.대구 등에 빌딩이 여러 채 있고, 경기 성남.고양시와 제주도에 땅이 있다. 대지.임야.전답.목장용지 등 용도도 다양하다. 아파트도 두 채다. 이 후보 측은 "건설업을 하면서 얻은 수익을 투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연간 1억원 가까운 세비를 받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한 해 수십만원 미만의 세금을 낸 경우도 많다. 전북 익산갑에 출마한 민주당 최재승 후보는 지난 5년을 합쳐서 33만7000원의 세금만 냈다.

열린우리당 김원기(전북 정읍)후보는 본인의 5년간 소득세 합계가 53만3000원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수천만원씩 당비.후원금.기부금 등을 내 소득공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각당의 재력가=지역구 후보들의 재력을 단순 비교할 경우 재산규모 1위인 정몽준(울산 동.2567억여원) 후보가 있는 국민통합21을 제외하면 한나라당이 가장 우세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인천 부평갑에 출마한 조진형(356억여원)후보와 김철수(서울 관악을.184억1000만원), 정의화(부산 중-동.173억6000여만원), 김무성(부산 남을.101억9000여만원)후보 등 4명이 재산신고액 10위 안에 들었다.

민주당도 이상일(서울 성동을.130억여원), 이정일(전남 해남-진도.106억여원)후보 등 2명이 포함됐다.

자민련에선 안대륜(서울 노원을. 179억여원)후보가 재산순위 4등으로 10위 안에 진입했다. 무소속 후보 가운데는 김동권(경북 군위-의성-청송)후보가 175억여원, 지대섭(광주 북을)후보가 111억여원을 신고해 각각 5, 8위를 차지하며 재력을 과시했다. 열린우리당은 10위 안에 한명도 들지 못했다. 그러나 100억원 안팎의 재력가들은 있었다.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한 이철(100억여원)후보,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인 이계안(82억1000여만원)후보 등이 그들이다. 이철 후보는 재력가인 부인(벤처기업 대표) 덕에 재력가 리스트에 올랐다.

강민석.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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