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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선거기간에도 여론조사 발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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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제17대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등록된 입후보자와 선거운동원을 제외하고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했다. 개인의 자유의지로 정치적 소신과 양심에 따라 투표할 수 있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이런 당국의 의무를 십분 이해하면서도 선관위가 동창회.향우회 등을 금지하는 것과 같은 반열에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는 국민의 알권리인 동시에 언론사의 책무인 까닭이다. 선진국들은 선거 당일을 제외하고 언론사에 이를 허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6년 전 선거 여론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져도 투표자들이 승산 있는 쪽으로 가담하거나 반대로 열세자 편을 동정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국민의 진의를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점을 들어 공표금지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오늘 다시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미디어의 발전이 법이 정하는 '장님 선거'를 더 이상 치를 수 없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국내 여론조사 결과가 외국 사이트를 통해 들어올 수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보았듯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한 신속한 정보 확산도 가능하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무시하고 '장님 선거'가 공정한 선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탁상공론일 뿐이다. 공표 금지는 유권자에 정보습득량의 차이만 벌려놓거나 부정확한 정보 소통을 방관함으로써 오히려 바른 주권행사의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크다.

물론 현재의 언론사나 여론조사기관의 수준 및 신뢰성과 관련해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조사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우리는 본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식이어서는 결코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당국은 이른 시간 내에 관련법을 개정해 다음 선거부터는 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