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한국 남자는 불쌍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40대 한국남성의 중도사(中途死)비율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는사실은 다 알고 있으나 이것을 25~45세의 한창 나이로 확대시켜봐도 여전히 여성보다 높다는 사실은 보통문제가 아니다.거기다 남아선호(選好)풍조의 확산으로 장차 장가도 못갈 남성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있고 보면 한국남성은 이래저래 불쌍하기 짝이 없다.오직 일만 아는 한국 남성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이런 썰렁한 대접밖에 없다니 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4년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25~45세 연령층 사망률의 성비(性比)는 남성이 70년보다 두배나 높아졌다.이것은 여성사망이 꾸준히 줄어드는 동안 남성사망은 의연히 높은 비율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한다 .말하자면 근대화로 인한 수명연장의 혜택이 주로 여성에게만 돌아갔다는 얘기다.문제의 40~45세 연령층만 따져보면 사망성비는 100대314.5로 더욱 악화된다.여자 100명이 죽을 동안 남자는 314명이 죽는다는 뜻이다.
왜 한창 나이의 한국남성들에겐 수명연장의 혜택이 적게 돌아가는가.흔히들 30대후반에서 40대 사이를 샌드위치세대라고 한다.새로운 실력을 갖춘 신세대가 밑에서 치받고,노련한 경험을 구축한 기성권위층이 위에서 누르기 때문이다.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살아남기 경쟁에서 이들은 과로와 무절제로 건강을 해치기 쉽다.세대간의 중추(中樞)를 이룰 이들을 불안에 휩싸이게 하는 분위기는 하루 속히 제거돼야 한다.
한편 출생성비가 남아쪽 과다로 기우는 추세는 보다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94년중에 이미 성비는 115.5를 기록하고 있다.여자 100명에 남자 115명이 출생한다는 뜻이다.
이미 셋째아만 따져본 성비는 200을 가리키고 있 다.출생성비의 불균형은 미혼율.이혼율을 증가시키고,전체 노동력의 수준을 저하시킨다.출생성비의 균형을 잡자면 태아 성감별금지 등의 단기대책도 필요하지만 여성 고용의 확대,여권신장 등으로 남아선호사상을 근본적으로 물리쳐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