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내년1월 한국 유학오는 재일동포영화감독 최양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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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예술지상주의」를 추구하던 일본의 근대소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의 소설 『문신(刺靑)』은 최고의 소재를 찾아 헤매는 예술가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일본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재일한국인 영화감독 최양일(崔洋一.46)씨.
삶이 온통 「영화」같은 그의 모습을 보면 왠지 『문신』의 주인공 생각이 난다.
최감독이 내년 1월4일 서울행 비행기를 탄다.바쁜 일본생활을접어두고 1년간 「늦깎이」유학생이 되려는 것이다.
『1년간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울겁니다.연희동에 전세2,600만원짜리 「원룸맨션」도 구해놨어요.생각해둔 영화가 있는데 그걸 찍기 위해선 한국말을 꼭 배워야겠더라구요.』 최감독은 48년4월부터 53년 늦가을까지 5년동안 좌우대립으로 3만명이상의 양민이 희생된 「제주도 4.3사건」을 스크린에 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유학기간 수시로 제주도에 가 역사적으로 규명이 덜 된 이 사건의 자료수집과 현지답사를 할 예정이란다. 『요즘 TV드라마중 5공 탄생과정을 다룬 작품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어요.어떤 내용인지 보고 싶군요.내가 찍으려는 영화도 「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역사물이지만 「사람 이야기」를 주로 할 겁니다.사건만 극적으로 전 개하면 예술적 가치가 없어요.동족간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 속에서도들꽃처럼 피는 남녀의 사랑을 그릴 겁니다.』 최감독은 민단계.
조총련계 하는 「편가르기」에는 관심이 없다.
『지난해 한국의 어떤 신문과 회견했는데 「민단전향」이란 표현을 썼더군요.더 기가 막히는 것은 그 기자가 저에게 전향성명을발표할 수 없느냐는 거예요.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본땅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93년말 일본의 주요 영화상을 독차지하다시피한 최감독의 작품 『달은 어디에 떠있나』는 한 재일한국인 택시운전사의 삶을 이념이 아닌 「리얼리티」로 다뤘다.그는 고교졸업후 1년간 도쿄 종합사진전문학교에서사진공부를 한 다음 곧바로 영 화계에 뛰어들었다.83년 『10층의 모스키토』로 신인 감독상을 받으면서 일본 영화계의 주목을받았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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