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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와인은 ‘건강과 기쁨의 상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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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풍을 이야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스페인 와인이다. 스페인은 프랑스ㆍ이탈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와인 생산국으로 꼽힌다. 프랑스 와인의 부담스러움과 이탈리아 와인의 불편함을 쏙 뺀 맛과 향, 와인도 스페인풍 그대로다. 쉽고 편하지만 왠지 우아하고 ‘뭔가 있어’보인다. 2000년대 초반 유럽과 미국, 일본의 와인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던 스페인 와인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와인메이커 미구엘 토레스(67ㆍMiguel Torres)는 말한다.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한국 사람들이 스페인 문화를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토레스는 2002년 영국의 와인 잡지 ‘디캔터(Decanter)’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럽 와인 업계에서는 ‘스페인의 왕(The King of Spain)’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운다. 정체돼있던 스페인 와인 시장의 현대화를 이끈 추진력의 상징으로 통한다.

-한국에서 스페인풍이 인기다

“사실, 세계적인 흐름이다. 스페인 문화, 특히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페인 와인도 힘을 얻고 있다. 토레스사의 와인을 한국에 소개한지 6년됐지만 이처럼 열렬한 반응은 최근 들어 생긴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꼭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됐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인풍을 한 단어로 설명해달라

“스페인 문화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타파스’다. 스페인의 늦은 오후, 레스토랑이나 바가 문을 열기 시작하면 약속이나 한듯 사람들이 모여든다. 짝을 지어 가기도 하지만 혼자도 어색하지 않다. 한 군데서 계속 있는 것이 아니라 한번에 서너 군데 식당을 옮겨 다니면서 다양한 소시지와 토마토로 만든 다양한 타파스와 와인을 즐긴다. ‘타파스 하나에 와인 한잔(one tapas with one glass of wine)’은 스페인식 사교의 공식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낙천적으로 먹고 마시고 떠드는 것이 스페인풍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스페인 와인은 어떤가

“토양 자체가 프랑스ㆍ이탈리아와 다르다. 조금 더 기름진(rich) 느낌이다. 레드와인의 경우 색이 매우 진하고 깊다. 강렬한 맛에 부드러운 탄닌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스페인 와인이 가격에 비해 질이 좋다는 평가는 이런 특징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마스 라 플라나(Mas La Plana)’라는 스페인 와인은 프랑스 유수의 와인들을 제치고 와인 올림피아드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마스 라 플라나의 라벨이 검정색이어서 유럽에서는 ‘검은 전설(black legend)’로 통한다. 그러면서도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아 스페인 와인은 레드도 생선ㆍ야채와 잘 어울린다.”

토레스는 매우 깐깐한 인물이다. 그가 묵었던 신라호텔과 국내 수입사인 신동와인 관계자들은 그의 철저한 완벽주의에 혀를 내둘렀다. 와인 테이스팅을 하기에 가장 적절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오전 10시 30분에 인터뷰 시간을 맞추자고 요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전 10시 이전엔 방문을 두드리지 말라는 말은 명령에 가까웠다.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는 침대의 각도와 방안의 조명 밝기까지 미리 주문했다. 호텔방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인터뷰 장소에 오는 시간까지 계산해 단 1분의 오차도 없이 정시에 도착했다. 인터뷰 장소였던 셀러룸의 온도가 17도를 넘어간다며 수시로 호텔 매니저를 불러댔다. 수십장에 달하는 스페인에 관한 사진과 스페인 와인에 관련된 자료들을 직접 가져와서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했다. 이런 열정, 스페인풍에 정확히 일치한다.

-한국 시장에서 만난 스페인 와인, 어떤가

“스페인 와인에 대한 반응이 너무 뜨거워 뿌듯하다. 한국은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새로운 시장이다. 젊은 사람들은 편견없이 와인을 받아들이고 게다가 지식까지 풍부한 한국 와인 애호가들은 놀라울 따름이다. 얼마전 중국에 갔을 때 와인을 주문했더니 위스키와 섞어 주는 것을 보고 기절할 뻔 했다. 심지어 러시아에서는 와인을 머금었다 뱉는 것을 못하게 해 모두 삼켜야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와인 문화는 유럽 못지 않은 수준이다.”

-스페인 와인,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한국과 스페인 음식이 비슷한 점이 많다고 들었다. 재료의 신선함을 살리려고 하는 점, 이것 저것 반찬을 곁들이는 점 등. 우리가 즐기듯 그렇게 한국에서도 편안하게, 대수롭지 않게 마시면 되지 않을까. 스페인 와인은 ‘건강과 기쁨의 상징’이다. 맛있게 먹고 즐겁게 대화하는 사람들을 위한 완벽한 조연인 것이다.”

이여영 기자

※토레스는 가업을 이어받아 5대째 와이너리를 경영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화학을, 프랑스 디종 대학에서 포도 재배와 양조학을 전공한 그는 ‘스페인 와인의 대부’라 불리며 스페인 문화와 와인을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는 70세가 되면 은퇴를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다. 나는 구제불가능한 일중독자”라고 속삭이며 싱긋 웃었다. 확실히 열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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