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각국 경제한파 조짐-獨,3분기성장률 0%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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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유럽경제에 한파(寒波)가 밀려오고 있다.
지난해 어렵게 회복국면을 맞은 후 올해 본격 호황의 꿈에 부풀었던 유럽 주요국들은 최근 호황다운 호황을 누려보지도 못한 채 다시 주저앉고 있다.파업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는 말할것도 없고 독일.영국.이탈리아 등도 매 한가지다.
한스 티트마이어 독일 중앙은행총재는 지난 11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선진10개국(G10)중앙은행총재 회담에서 『최근 유럽지역에 경기하강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이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일본은 침체에서 벗 어나고 있는점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럽경제의 견인차격인 독일경제가 심상치 않다.독일은 지난 3.4분기중에 0%성장(전기대비)을 기록했다.마르크고(高)에 따른 수출부진으로 설비투자가 전기의 3.7%증가에서 0.9% 감소로 곤두박질한 가운데 개인소비와 건설투자등 도 눈에 띄게 둔화됐다.정부당국은 마르크강세와 고임금이 경기둔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올 상반기에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던 독일 마르크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여전히 연초보다 8%가량 평가절상돼 있다.이는 동반상승했던 일본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 오히려 연초수준 아래로 떨어져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프랑스경제 상황은 더욱 나쁘다.지난 2.4분기와 3.4분기 연속 0.2%의 낮은 성장을 기록했던 프랑스는 최근 걷잡을 수없이 전개되고 있는 파업사태로 치명타를 맞았다.4.4분기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대로 잘나가던 영국과 이탈리아도 지난해 4%선이던 성장률이 올 3.4분기엔 2%대로 떨어졌다.주변 국가들의 경기둔화로수출이 타격받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주요국의 경기둔화가 올 4.4분기는 물론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유럽 각국은 특히 유럽통화통합을 위한 재정건전화 약속 때문에 정부 지출을 계속 줄여나가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다만 유럽국가들의 물가가 안정세를 보여 금리인하라는 경기부양책을 동원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급속한 경기침체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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